안일했던 부산의 강등, 선수단 ‘엑소더스’ 불가피

입력 2020-11-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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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비기기만 해도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였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달 31일 K리그1(1부) 최종전(27라운드) 성남FC와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해 최하위(12위)로 추락했다.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인천 유나이티드가 승점 27로 11위가 됐고, 승점 28의 성남이 10위에 오른 반면 승점 25에 묶인 부산은 K리그2(2부) 강등의 쓴잔을 들었다.

2015년 K리그2로 내려앉은 뒤 올 시즌 힘겹게 K리그1로 돌아왔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강등의 비운을 맛봤다. 지루하고 기약 없는, 또 답답한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딱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선수단의 대대적 이탈이 불가피하다. 당장 국가대표 출신 핵심 공격수 이정협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는다. 두둑한 이적료는 꿈도 꿀 수 없다. 계약연장에 실패한 결과다. 선수 측과 성과 없는 협상을 반복하다가 ‘FA 이적’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얻게 됐다.

또 다른 주력 공격수 이동준도 새 도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올 여름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클럽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그다. 지금도 직·간접적 오퍼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에게 주목 받는 차세대 오른쪽 풀백 김문환에게도 국내 빅클럽들의 입질이 계속되고 있고, 그럭저럭 제 몫을 해낸 미드필더 김진규도 잔류보다는 이적에 무게가 실린다.

외인 진용도 다르지 않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빈치씽코의 계약해지는 당연한 수순이고,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큰 사랑을 받는 호물로도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향후 행보다. 사실상 새판을 짜야 할 부산은 사령탑부터 임명해야 하는데, 지도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인 행선지가 아니다.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조덕제 전 감독은 험난한 K리그2 여정을 극복했음에도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계약에 머물러 상당한 충격을 줬다. 많은 감독들이 “부산에선 커리어가 망가지기 십상”이라며 고개를 젓는 이유다.

뚜렷한 방향도 없고, 비전도 펼쳐내지 못한 부산에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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