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1처럼 꼿꼿한 척추, 정찬헌은 LG의 중추

입력 2021-01-20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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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스포츠동아DB

LG 정찬헌. 스포츠동아DB

익숙했던 보직과 등번호를 모두 바꿨다. 2020년은 정찬헌(31·LG 트윈스)에게 낯설음과 싸움이었다. 변화를 앞둔 시점까지만 해도 주목도가 높진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낯설음과 싸움의 승자는 정찬헌이었다.

정찬헌은 지난해 19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2019년 허리 수술로 시즌 아웃된 뒤의 복귀 시즌. 뒷문지기가 익숙했던 그는 낯선 선발자리로 돌아섰다. 신인 시절인 2008년 이후 12년만의 복귀였다. LG는 복귀 시즌임을 고려해 신인 이민호와 짝을 지어 ‘10일 로테이션’이라는 독특한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는 주효했다. 정찬헌은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기대이상의 결과는 결국 믿음이 만들었다. 정찬헌은 “처음 선발로 나설 땐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음에도 긴장보다 설렘이 더 컸다. 팀이 필요한 보직을 맡겨줬기에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허리에 손을 대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물며 몸이 재산인 스포츠선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고민하던 정찬헌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코치 이하 트레이닝 파트였다. 정찬헌은 “두 번째 허리 수술이라 결정이 어려웠다. 첫 수술 직후 힘든 기억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권엽 코치는 밤을 새워가며 허리 수술 재활 관련 논문을 탐독했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가 지난해 정찬헌의 부활이었다.

2013년부터 꾸준히 26번을 달고 뛰었던 정찬헌은 지난해 11번으로 바꿨다. 자신의 바람처럼 숫자 11은 정찬헌의 척추 바로 뒤에서 꼿꼿이 버티며 척추를 잡아줬다.

재활 당시 가장 자주 들은 노래는 의외로 ‘개구리 왕눈이’였다. ‘7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가사가 본인의 상황에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7번 넘어졌던 정찬헌은 다시 일어섰다. 이 때 얻은 자신감은 8번, 9번째 미끄러짐에도 버틸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일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더 이상의 미끄러짐 없이 꾸준히 제 몫을 해내는 것이다. 정찬헌이 겨우내 이를 악물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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