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비이성이 지배하고 내 책임이라고 하는 어른이 없는 사회

입력 2021-02-17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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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구계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이전까지 배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 최근 거론된 선수들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가 됐다. 경쟁관계인 다른 스포츠 종사자들은 앞으로 V리그가 어떻게 될지, 학교폭력의 불씨가 혹시 우리에게 튀어오지 않을까 궁금해 한다.

학교폭력이라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에 현재 최고인기 여자선수 2명이 관여되다보니 뉴스가 폭증하고 있다. 한 때 V리그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승부조작 파문 때보다 지금의 뉴스가 더 많다. 학교 운동부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들은 대중의 상식에서 보자면 아주 불합리했을 것이다. 공정을 중요가치로 치는 요즘 세대들에게 단지 운동을 잘한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이것이 권력이 돼 후배나 동료들을 괴롭히는 일은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다.

그동안 학원스포츠의 그늘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피해자를 위한 치유의 과정을 배구계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불행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새로운 시스템도 생각해야 하고 그보다 먼저 피해자들의 많은 신고와 가해자의 자발적인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고해성사의 단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 매스컴의 많은 관심은 대중에게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큰 계기가 되겠지만 부작용도 함께 드러났다. 용기를 내서 과거의 아픈 기억을 공개한 사람들의 글을 계기로 가해자를 추적하는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간혹 전말이 뒤바뀐 눈치다. 피해자의 주장을 너무 자극적으로 다루는 것도 그렇지만 가해자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저급한 호기심에 더 관심을 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피해자의 인권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다. 상징적인 것이 28년 전의 효성여자배구단의 아픈 기억을 되돌린 것이다. 학교폭력과 연관을 지어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의 실명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래 전에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한 가정의 주부로, 어머니로서 살아갈 사람의 이름을 본인이 원한 것도 아닌데 노출시켰다.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도 피해갈 방법이 없다. 이 뿐만 아니다. 제대로 사실을 취재도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방적인 주장을 베끼다보니 인신공격에 가까운 내용도 많다.



16일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인터뷰 때 “비상식적인 얘기가 나온다”고 했던 이유다. 특정 선수의 부모가 훈련을 참관한다는 내용은 프로 팀의 훈련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웃어넘길 얘기였다. 감독의 표현처럼 프로페셔널 팀과 동네배구 팀과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믿을 내용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기에 그런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마치 사실인양 보도해서 가뜩이나 힘든 팀에 부담을 안겼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뒤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 선수들에게 부담되는 요인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V리그의 모든 감독과 선수들의 심정일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는 비이성적으로 흥분해서 목표물만 나타나면 물어뜯어버리겠다고 덤벼드는 하이에나가 생각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어른의 부재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을 때 어른들인 감독 코치와 소속 학교의 선생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학교 안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에 책임을 져야할 단체는 교육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민국배구협회인데 지금 그 단체의 어느 누구도 이번 일에 “죄송하다. 우리의 책임이다”고 말하는 어른은 없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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