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0배 상금 번 ‘닉스고’, 최종 목표는 한국 말산업 성장 견인

입력 2021-02-25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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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 소속마 ‘닉스고’가 21일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지즈 경마장에서 열린 사우디컵(GⅠ, 1800m)에 출전해 4위를 거뒀다. 지난해 브리더스컵 더트마일(GⅠ, 1600m) 경주와 지난달 페가수스월드컵(GⅠ, 1800m)을 연달아 우승해 이번 사우디컵에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기대보다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순위상금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추가하며, 본인 몸값의 50배에 달하는 누적 총상금 459만 달러(약 50억 원)를 기록 중이다.

혈통표에 따라 정해지는 경주마의 ‘몸값’



총상금 220억 원인 사우디컵에 출전한 경주마들의 몸값도 대단했다. 가장 고가의 몸값인 경주마는 닉스고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미국의 ‘샤를라탄’이었다. 낙찰가는 70만 달러(약 7억7000만 원). 영국의 ‘방콕’도 69만5000달러(약 7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반면 닉스고는 2019년 킨랜드 1세마 경매에서 한국마사회가 8만7000달러(약 9500만 원)에 구매했다. 이는 사우디컵 경주마들 중에는 몸값이 낮은 편에 속한다.

킨랜드 1세마 경매에는 쟁쟁한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대거 상장되곤 한다. 자마의 능력에 대한 기대 척도라고 볼 수 있는 교배료만 보아도 닉스고의 기대 성적이 그리 높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 회에 교배료만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를 받는 ‘타핏’의 자마와 교배료 25만 달러(약 2억7000만 원)의 ‘워프론트’의 자마도 78두 상장됐다. 그에 비해 닉스고의 부마 ‘페인터’의 교배료는 2만 달러(2200만 원)으로 1/10의 가격이었다.

닉스고를 주목한건 한국마사회의 ‘케이닉스’였다. 말의 DNA 정보를 이용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경주마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혈통표와 외모를 중점으로 보는 경매시장에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닉스고가 가진 우수성을 미리 알아본 것이다. 닉스고는 2018년 10월 브리더스컵 예선격인 퓨처리티(GⅠ, 1700m) 대상경주에서 5마신차로 우승했고, 세계 최고 2세마를 가리는 브리더스컵 주버나일(G, 1700m) 경주에서도 준우승했다.

예비 씨수말 ‘닉스고’, 국내 생산농가 소득 증진 기대



닉스고는 경주마로서 세계 수준에 오른 만큼 내년에는 씨수말 데뷔도 점쳐진다. 케이닉스 프로그램의 목표는 ‘해외 우수한 씨수말 자원의 조기 확보’다. 경마산업은 우수한 경주마를 키워내고, 그 능력과 혈통 우수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자마를 다시 생산해내는 순환구조다. 이미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경주마는 교배로만 해도 3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마사회는 케이닉스 사업으로 좋은 씨수말 자원이 될 수 있는 경주마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조기 발굴하고, 추후 이를 국내로 도입해 국산마 수준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동시에 케이닉스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에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농가들이 효율적으로 우수 경주마를 생산·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번식마들의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교배 조합정보를 제공한다. 동시에 미국 경매 상장마와 번식마들의 혈통 정보를 제공해 우수한 경주마의 생산·도입을 돕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 경주마 시장에서 국산마 경쟁력 제고, 즉 국내 생산농가들의 소득 증진으로 이어진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기대보단 아쉬운 성적이지만 닉스고의 활약으로 케이닉스 사업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한다”며, “우리 경마와 말산업도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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