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펜트하우스’ 김로사 “광기의 양집사 ‘짤’까지 등장…꿈만 같아요”

입력 2021-02-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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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의 것 탐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SBS ‘펜트하우스’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로사가 22일 서울시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펜트하우스 시즌2’ 시청률 20% 이끈 신스틸러…양집사역 열연한 배우 김로사

20년간 연극…뒤늦게 드라마 입성
반지하방 함께 했던 절친 축하 눈물
실제 모습? 탐욕과는 거리 멀어요
“여러분, 저 그런 사람 절대 아니에요!”

배우 김로사(47)가 외친 ‘웃픈’ 한 마디다. 화제의 드라마 SBS ‘펜트하우스’ 속 모습을 떠올리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마무리한 시즌1에서 극중 가정부 양미옥 집사를 맡아 엄기준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덕분에 극중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용의선상’에 끊임없이 오르기도 했다.

1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시즌2에서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엄기준의 새 아내가 된 김소연에 눈을 번뜩이며 “나는 그 남자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호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막장 지옥’의 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2회 만인 20일 단숨에 20.4%(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넘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김로사는 “꿈이야, 생시야”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양 집사 짤’까지 유행, 믿을 수 없죠”
엄기준을 향한 음흉한 눈빛, 김소연의 얼굴을 붙인 밀짚인형을 송곳으로 마구 찌르며 발산하는 광기가 시청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해당 장면들은 온라인상에서 ‘짤’(짧은 동영상)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 인기를 실감하는가?

“연출자 주동민 PD가 ‘이런 짤이 돌아다닌다’며 먼저 알려줬어요. 후다닥 내려받아 문자메시지에 열심히 쓰고 있죠. 심지어 엄기준이 맡은 주단태와 양 집사의 이름을 딴 ‘단양 커플’을 밀고 있는 시청자도 있대요. 하하하! 정말 신기할 뿐이에요.”


- 처음부터 캐릭터의 반전을 알고 있었나.

“비밀이 있다고만 들었어요. 엄기준을 짝사랑하는 설정은 시즌1의 두 번째 대본 연습 때 알았죠. 대사를 읽으니 모든 배우들이 ‘흐엑?!’하고 소리를 치는 거예요. 처음엔 너무 몰입해서 ‘내 연기가 이상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양 집사의 집착에 다들 놀란 거더라고요.”


- 실제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데.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살면서 ‘지나치게 해맑다’는 핀잔은 들어봤어도 ‘사악해 보인다’는 말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양 집사가 더욱 난해하게 다가왔죠. 연기해온 인물 중 최상의 광기 캐릭터였거든요. ‘김순옥 작가님께서 날 그렇게 보셨나?’ 잠깐 걱정했다니까요.”

배우 김로사.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새로운 가능성 열어준 ‘펜트하우스’”
1999년부터 줄곧 연극무대를 누벼왔다. 드라마에도 종종 출연했지만 ‘펜트하우스’로 시청자에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대학로에 나만큼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이 좋았다”고 돌이켰다.


- 연극을 하다 뒤늦게 안방극장에 입성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년 스케줄이 일찌감치 꽉 찰 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했어요. 40대가 넘어가니 어쩔 수 없이 캐릭터의 폭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죠. 고민이 많았는데 2014년 노조원으로 출연한 영화 ‘카트’로 깨어났죠. 다른 배우들이 직접 오디션을 찾으면서 열심히 발로 뛰는 걸 보고 ‘몸으로 부딪쳐보자’ 용기를 냈어요.”


- ‘펜트하우스’가 큰 전환점이 됐겠다.

“맞아요. 드라마 덕분에 정말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기를 계속 해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늘 기뻐요.”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질문에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유는 절친한 동료 배우 박성연 때문이었다.


- 친구 생각에 울컥한 듯하다.

“20여년을 친하게 지낸 (박)성연이가 ‘펜트하우스’를 보자마자 ‘나, 이제 언니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아’라고 했어요. 기쁘기도 하고, 걱정 끼쳐 마음 아프기도 하고. 20여년 전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함께 살면서 함께 극단 생활을 하던 친구가 기뻐해줘 행복했어요.”


- ‘펜트하우스’를 떠나는 게 아쉽겠다.

“당연하죠. 김 작가님은 예고가 없으신 분이니까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요. 주단태와 ‘영혼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어떨까요? 하하하!”

배우 김로사 프로필

▲ 1974년 5월1일생
▲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연기 석사
▲ 1999년 연극 ‘대지의 딸들’로 데뷔
▲ 이후 ‘택시드리벌’ ‘헤비메탈 걸스’ ‘돌아온다’ ‘시련’ 등 연극 다수 출연
▲ 2020년 SBS ‘펜트하우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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