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바꾸는 LG, 데이터 바꾸는 LG ③] “장인? 난 숫자와 사람의 통역”

입력 2021-02-2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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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기 LG 전력분석팀장이 분석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 팀장은 KBO리그 ‘데이터 1세대‘로 불리는 인물이다. 장인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스스로는 숫자와 사람의 통역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제공|LG 트윈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각종 첨단장비를 활용해 고급 데이터를 얻더라도 날것의 숫자(raw data)를 대번에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데이터를 실제로 접목해야 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숫자를 가공해 ‘시각화’해줄 인력이 필수다. 한국야구 데이터 1세대로 꼽히는 노석기 LG 트윈스 데이터분석팀장(50)의 생각도 비슷했다. 노 팀장이 스스로를 ‘장인’, ‘데이터 1세대’ 등의 호칭 대신 ‘통역사’로 정의하는 이유다.

1만 시간의 법칙.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매일 3시간씩 10년을 훈련하면 1만 시간이 걸리는데, 이쯤 숙련된 이들은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이 기준대로면 노 팀장은 ‘7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할 만한 케이스다. 1997년 LG 전력분석팀에 입사해 2003년 SK 와이번스로 이직했다. SK 왕조의 일원으로 활약한 뒤 2012년 친정 LG에 돌아왔고, 현재 데이터분석팀장을 역임 중이다. 숫자를 전문적으로 다룬지 어느새 24년째. 김정준 신세계 전력분석팀장과 더불어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데이터를 체계화한 인물로 꼽힌다. 수기에 의존했던 1990년대와 각종 첨단장비가 도입된 지금을 모두 경험했기에 의미가 크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전력분석원은 1군 5~6명이 전부였다. 2군 기록은 체크하기도 어려웠다. 선배들은 모든 기록을 수기로 기록했다. 선배들의 고생이 정말 상당했을 것이다. 다만 3시간 넘는 경기에서 한두 개의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오류가 쌓이면 데이터는 크게 달라진다. 입사 첫해 LG가 경기분석 시스템을 리그 최초로 도입했다. 투수의 구질, 코스, 주자상황을 분석하는 기본적 프로그램이었다. 수작업 시대에서 전산화, 자동화로 넘어가는 첫 해였다.”

노 팀장의 회상은 먼 과거가 됐다. 이제 데이터 분석은 10개 구단 자금과 인력의 경연장이다. 다만 노 팀장은 “시대가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개념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야구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선수 입장에서 보겠다는 게 데이터다. 특히 트래킹 데이터는 이러한 개념이 강하다. 선수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 트래킹 수치는 필수”라고 강하게 얘기했다.

노 팀장은 타자의 경우 타구스피드와 발사각도별 타율, 투수의 경우 수평·수직 무브먼트와 회전 효율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숫자를 수집해도 이를 이해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 팀장도 스스로의 역할을 통역으로 정의했다. 그는 “데이터는 외부에서 선수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써 거듭 발전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언어로써의 데이터’가 있다. 전력분석원은 그 통역이다. 전력분석원이 타석에 들어서거나 마운드에 오르는 게 아니다.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느낌일지를 외부에 100%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LG는 매주 감독과 파트별 코치, 프런트 직원들이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회의를 한다. 선수들도 이제는 데이터분석실의 문을 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 사이의 매개체인 숫자를 좀더 효율적으로 다듬기 위해 LG 데이터분석실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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