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진출하는 수제맥주, 야구단과 윈윈?

입력 2021-03-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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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야심차게 시작했던 ‘제주소주’…4년여 만에 청산

소주시장 무리한 진출에 큰 손실
야구단 업고 주류시장 다시 도전
정 부회장 공격경영 비판 시선도
신세계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청산하기로 한 가운데, ‘과감하게 시작하고 안 되면 접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이를 통해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노브랜드 등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반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2018∼2020), 미국 드럭스토어 체인인 월그린과 협업한 헬스&뷰티 스토어 부츠(2017∼2020), 가정간편식 전문점 PK피코크(2018∼2020), 제주소주(2016∼2021)에 이르기까지 아픈 흑역사도 즐비하다.

제주소주, 패착은?
이마트는 2016년 12월 제주 향토기업인 제주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했다. 소주 ‘푸른밤’을 내세워 자사 대형마트와 편의점 채널을 활용해 가정용 시장의 영업망을 넓혔지만 이것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장악하고 있는 식당과 바 등 유흥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 원을 시작으로 2017년 60억 원, 2018년 127억 원, 2019년 141억 원으로 불었다. 적자가 커지자 이마트는 2016년부터 총 6회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총 67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청산에 이르렀다. 제주소주는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직원들은 이마트와 주류 도매 계열사인 신세계L&B로 옮길 예정이다.


소주 대신 수제맥주, 잘 될까?
신세계그룹은 소주 사업 대신 신세계L&B를 주축으로 한 수제맥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 맥주 이름은 ‘렛츠 프레쉬 투데이’로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맥주 사업 진출은 최근 인수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맥주 시장 역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치열한 경쟁 속에 건재하고 있고, 최근에는 수제맥주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도 부담이다. 특히 주류 시장은 기존 익숙한 제품을 꾸준히 소비하는 성향이 강한 만큼 제주소주의 절차를 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SSG 랜더스는 성공할까?
문제는 잦은 실패로 인해 정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의 결과물이 성공보다 실패가 부각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고객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채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해 사업 손실만 키운다는 이미지가 있다. 일각에서 “개인 인스타만 성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인수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여파로 KBO리그 관중 수입이 2019년 860억 원에서 2020년 45억 원으로 하락해 프로야구단 재정 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 시기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매년 수백억 원을 야구단 운영에 쏟아 부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SG랜더스 홈 구장을 신세계의 노하우를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진화시켜 야구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것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유로운 관중 입장이 가능할 때 얘기인 만큼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야구단은 일반 사업과 달리 안 되면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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