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류지현 감독(왼쪽), 키움 홍원기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와 코치로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사령탑으로선 첫 시즌이다. 이 때문에 연습경기를 앞두고 타 팀 감독, 선수들과 해후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을 쓴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 덕에 ‘인싸’로 불리는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은 인연의 힘과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류 감독은 16일 고척 연습경기에 앞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48)과 그라운드 한편에서 잠시 만났다. 비록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 경기장을 오가며 친분을 쌓은 사이다. 둘 모두 올 시즌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게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류 감독은 한 가지 추억담을 꺼냈다. 그에 따르면 두 사령탑은 지난해 가을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고문, 홍성흔 샌디에이고 코치와 만났다. 류 감독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한양대 2년 선배이며, 홍 감독은 박찬호의 초·중·고 동기생이라 절친한 사이다.
친목의 자리였지만, 당시 류 감독과 홍 감독의 2021년은 불투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감독은 LG와 키움의 수석코치였다. 전임 감독들이 팀을 떠나면서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은 시기였다. 여기에 홍 코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아 애매한 신분이었다. 류 감독은 “그렇게 4명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였다. 특히 (박)찬호가 우리 셋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감독이 두 명이나 나왔다”며 웃었다.
류 감독은 3월초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위해 부산에 갔을 때도 추억을 꺼낸 바 있다. 허문회 롯데 감독과 류 감독은 1994년 LG에서 데뷔해 한솥밥을 먹었다. 허 감독의 결혼식 때 웨딩카를 운전한 이가 류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둘 모두 고향팀에서 감독이 됐다.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지는 몰라도 훗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도 “1993년 12월 오대산에서 얼음을 깨고 계곡에 입수하는 등 극기훈련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둘 다 감독이 됐다”며 회한에 잠겼다.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동업자다. 류 감독의 추억 투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흥미롭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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