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빗속에서 먼지 나도록 뛰고 때린 전북, 수원 원정이라 더 달콤해

입력 2021-04-04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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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전북 현대 홈페이지

누군가 ‘백승호 더비’라고 불렀다. 갓 이적한 선수 개인이 특정 경기를 수식한 경우는 흔치 않지만, K리그1(1부)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2021시즌 첫 만남은 그랬다.


백승호(24)가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학을 지원한 수원 대신 전북에 입단하면서 안 그래도 껄끄럽던 관계가 더 서먹해졌다. 수원은 선수측에 유학비와 손해배상 등 14억 원을 요구했고, 백승호측은 ‘유스 유학 지원을 토대로 영입 권리를 수원이 주장하는 상황’ 등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질의를 준비 중이다.


그런 수원과 전북이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7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수원 팬들은 킥오프 직전 ‘정의·지성·상식 없고’ 등 비난 글귀가 담긴 플래카드로 불만을 표출했다. 백승호와 접촉한 전북 박지성 어드바이저, 영입을 성사시킨 김상식 감독 등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미 수원도 인지하고 있었다. 경기 전 “(비난) 걸개를 팬들이 준비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마 그렇지 않겠냐”고 관계자는 답했다.


때 아닌 장외전쟁, 묵직한 부담감 속에 두 팀은 단단히 뭉쳤다. “(백승호 건은) 순리대로 진행하면 좋을 뻔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한 수원 박건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물러서지 말자”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비가 와도 선수들이 먼지가 날 만큼 뛰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물러설 수 없었다. 전북은 한 수 위임을 증명하기 위해, 개막 5경기 연속무패(3승2무)를 달리다가 FC서울에 패했던 수원은 반전이 필요했다.


거센 빗줄기 속에 치러진 경기는 매끄럽진 않았다. 그래도 실력차는 분명했다. 전북이 세트피스로 흐름을 깼다. 전반 20분 이승기의 코너킥을 중앙수비수 최보경이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후반 28분 이용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 추가골로 연결한 일류첸코는 후반 35분 모 바로우의 쐐기골을 도왔다. 수원 염기훈이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만회골을 넣었으나 거기까지였다.


전북이 3-1 승리로 모든 것을 챙겼다. 수원에 최근 10경기 무패(8승2무)와 통산 상대전적 32승23무30패로 앞선 전북은 올 시즌 5승2무, 승점 17로 선두를 지켰다. “경기 외적인 일에 흔들리지 말자”고 독려한 김 감독은 “걸개를 봤는데, 난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다”는 말로 승자의 여유를 드러냈다.


한편 두 팀의 갈등은 경기 후에도 지속됐다. 수원의 비난 걸개에 대응해 전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 결과를 공지하면서 ‘이기는 게 상식’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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