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 스포츠동아DB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둔 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실전 공백에 대한 속내를 물었을 때다. 올림픽대표팀의 최대 고민은 텅 비어있는 스케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상을 바꿨고, 축구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각급 연령별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김학범호’도 타격을 입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개최된 23세 이하(U-23) 친선대회에서 이집트, 브라질과 맞선 뒤 공식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진 않았다. 1월 강릉·제주도에 캠프를 차렸고, 3월엔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경주에서 선수들을 모았다. 소집훈련 중 K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새 얼굴을 확인했고, 조직력과 팀 완성도를 체크했다. 하지만 연습경기가 다른 국가 올림픽대표와 평가전을 대체할 순 없다. 낯선 상대와 싸우다보면 국제 경쟁력이 차츰 오르기 마련이다. “자꾸 깨져봐야 현실을 알 수 있다. 어려운 경기를 할수록 실력이 쌓인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도쿄올림픽 본선 조 추첨은 21일 열린다. 올림픽대표팀간의 평가전은 요원하다. 코로나19의 핵심 방역지침 중 하나가 해외여행 직후 자가격리다. 그로 인해 선수단이 해외로 나가는 것도, 국내로 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갖는 것도 어렵다. 특별허가가 필요하다.
올림픽 개최국 일본은 적극적이다. 일본은 방역지침을 완화해 친선경기를 개최하며 자국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3월 아르헨티나와 2차례 평가전을 했고, 6월과 7월엔 스페인 등 해외 팀을 초청한다.
현실만 탓하며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어렵다면 직접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상대국이라도 접촉했으면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6월 1일부터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스리랑카, 북한을 국내로 불러 최종예선 진출을 가린다. 같은 기간 올림픽대표팀도 최종 엔트리 선정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월드컵 2차 예선 국내 개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추진됐다. 숙소·경기장·훈련장 이외의 이동은 엄격히 제한되는 ‘버블’ 형태다. 타국 선수단은 일정이 제각각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가 없는 날 ‘김학범호’의 평가전을 추진하는 걸 고려할 만 하다. 소정의 대전료를 지급하면 평가전이나 연습경기의 성사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그들 입장에선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고, 훈련의 효과를 누리며 대전료도 챙길 수 있다.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팀이 아니란 점은 아쉽지만 지금처럼 기약도, 대책도 없이 마냥 기다리는 것보단 낫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