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분석] 3전승에도 활짝 웃지 못한 벤투호, 레바논전은 WC 최종예선 백신?

입력 2021-06-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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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한국이 레바논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뒤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안방에서 3전승, 그리고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다만 과정에선 2% 아쉬움이 남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H조 최종전(6차전)에서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맹활약 속에 2-1로 이겨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5승1무, 승점 16으로 마무리했다.

에이스가 2골에 모두 관여했다. 전반 12분 하산 사드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5분 손흥민의 코너킥에 이은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의 헤더가 마헤르 사브라의 몸을 맞고 들어가 균형을 맞췄고, 후반 20분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직접 차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스리랑카를 모두 5-0으로 격파하며 최종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것이 살짝 독이 된 듯했다. 선제골을 넣은 사드는 지난해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에서 11경기를 뛴 ‘지한파’로, 안산 소속으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이날은 달랐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중동 국가들은 한 수 위의 상대와 맞붙을 때면 완전히 수비라인을 내린 채 간헐적 역습을 노린다. 어떤 방식으로든 먼저 득점해 리드를 잡으면 필사적으로 ‘침대축구’를 펼친다.

이날 레바논도 예외 없었다. 충돌이 없어도 그냥 주저앉았다. 주심과 의무진 호출은 기본이고, 일단 파울을 얻으면 다시 볼을 처리할 때까지 한참 시간을 낭비했다. 후반 초반 빠른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같은 양상이 지속될 뻔했다.

정신무장의 차이도 있었다. 5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2-3으로 패한 레바논은 한국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아시아 2차 예선 각조 1위(카타르 제외) 7개국과 조 2위 중 상위 5개국이 최종예선에 오르기 때문이었다.

레바논까지 완파했다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우리의 스타일과 틀을 유지하면서 수준 높은 축구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이날은 여러모로 답답했다.



벤투 감독은 약체들과 2경기에서 큰 폭의 로테이션과 적극적인 선수 실험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19세 신성’ 정상빈(수원 삼성)이 A매치 데뷔전·데뷔골의 기쁨을 누렸고, 효과적인 밀집수비 파괴법도 마련한 듯했다.

레바논전에선 달랐다. 플랜A에 가까운 주축들이 총출동했음에도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불필요한 실책이 많아 안정적인 빌드업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했다. 피지컬이 우수한 상대와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최종예선은 올 하반기에 시작된다.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보다 훨씬 강한 상대들과 만난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예상 상대국들의 전력과 침대축구는 상상 이상이다. 선제득점에 실패하면 승리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레바논전을 최종예선에 대비한 맞춤형 백신으로 삼아야 하는 ‘벤투호’다.

고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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