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제공 의무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25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하고,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협상 의무와 관련해서는 계약자유 원칙상 어떤 대가를 지급할 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만큼 법원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망 사용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를 거부하고,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통신사 CP에 망 사용료 요구할 듯
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ISP는 대형 CP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국내 진출을 앞둔 해외 CP에는 망 사용료를, 그동안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았던 CP에는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CP와 국내 사업자들 간의 역차별 이슈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경우 구독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국내 기업의 서비스는 물론 해외 OTT까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항소할까 촉각
이번 판결로 망 사용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가 항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법원 판결 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공동의 소비자를 위해 CP는 콘텐츠에 투자하고 제공할 의무가, ISP에게는 소비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할 의무가 있다”며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는 개개 이용자들 이외에 CP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며 이를 두고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명시한 법원의 판결문을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