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충청남도 천안시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이준석이 8언더파로 우승을 확정지은 후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천안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호주 교포 이준석(33)이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을 품에 안았다.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총상금 13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보태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박은신(31·7언더파 277타), 김주형(19·6언더파 278타)을 각각 1타,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4억 원을 손에 넣었다.
8언더파 단독 1위로 4라운드를 맞은 이준석은 7언더파 김주형, 6언더파 박은신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진땀승부를 펼쳤다. 1번(파4) 홀에서 보기를 범해 김주형에게 공동 선두를 허락하는 등 출발이 좋지 않았던 이준석은 10번(파4) 홀에서 1타를 또 잃으며 김주형에게 2타 차로 뒤지기도 했다. 16번(파3) 홀을 마쳤을 때는 박은신에게 2타 뒤진 3위였다. 반전의 계기가 된 건 17번(파4) 홀이었다. 이준석은 버디에 성공하고, 박은신이 보기에 그치면서 챔피언조 3명은 나란히 7언더파를 마크했다. 그리고 운명의 18번(파5) 홀. 김주형의 티샷이 아웃 오브 바운즈(OB) 지역으로 향한 가운데 박은신의 버디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나간 것을 확인한 이준석은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챔피언 퍼트로 장식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무서운 10대’ 김주형은 18번 홀 티샷 실수로 아쉬움을 삼켰고, 2010년 코리안투어 데뷔 이후 첫 승을 노렸던 박은신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5세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나 호주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준석은 2009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단 한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8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3번의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 차례 준우승이 그동안 최고 성적이었다.
천안에 살며 2019년부터 우정힐스CC에서 많은 땀을 흘렸던 이준석은 1,2라운드 공동 1위~3라운드 단독 1위에 이어 마지막 날에도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생애 첫 코리안투어 우승을 자축했다.
“너무 좋아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밝힌 이준석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을 때는 절망도 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오늘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행복하다”고 밝혔다. “17번 홀에서 버디에 성공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나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18번 홀 버디 퍼트를 할 때는 들어갈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이 우승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빠 해 냈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