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판단이 잘못됐다고 증명해줘” 김학범의 달콤·살벌한 메시지

입력 2021-07-0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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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학범 감독은 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18명을 공개했다. 6월 1차 훈련에 참여한 30명이 2차 훈련에는 23명으로 줄었고, 와일드카드(만 25세 이상) 3명을 포함한 최종엔트리를 결정하면서는 8명이 추가 탈락했다. 2차 훈련을 시작하며 “모두 자식같은 선수들”이라며 탈락자를 떠올린 김 감독은 최종엔트리를 발표하면서도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함께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많이 고생했던 이들은 장차 한국축구를 위해 큰일을 해야 할 선수들”이란 위로를 간신히 던졌다.


하지만 탈락한 선수들에게는 위안이 될 수 없었다. 2차 훈련에 참여한 뒤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한 A선수의 측근은 “식사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얘기만 어렵사리 해줬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르 파리지앵과 레퀴프 등 프랑스 언론보도가 발단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선수보호를 위해 예비명단 4명을 없애고 최종엔트리를 22명으로 확대해 달라는 회원국들의 요구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받아들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승인했다는 내용이었다.


2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최종엔트리 18명만으로 훈련하려던 김 감독은 내부 회의를 거쳐 이상민(서울 이랜드), 강윤성(제주 유나이티드), 김진규(부산 아이파크), 안찬기(수원 삼성)를 승선시켰다. 4명은 그야말로 닫힌 문을 다시 열고 생존에 성공한 흔치 않은 사례로 남게 됐다. 특히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한 이상민은 정태욱(대구FC)에게 잠시 내줬던 주장 완장도 되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 감독의 첫 코멘트는 미안함이었다. “이틀간 실망했을 선수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싶다. 미안하다.” 그러면서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처음 최종엔트리를 선택한) 내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렇게 내게 (비수를) 갚아 달라.” 아픔을 실력으로 증명하라는 의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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