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서 개발한 리튬메탈배터리 시제품. 사진제공|SK
美솔리드에너지에 1억 달러 투자
솔리드, 리튬메탈배터리 시제품 선봬
중량·비용↓…주행거리는 2배 늘어
2025년 최종 상용화…연내 상장
현대차, 2027년 전고체 양산 목표
“전동화 관련 다양한 기업에 투자”
현대차가 리튬메탈(Li-Metal) 배터리 개발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olid Energy Systems, 이하 솔리드에너지)에 1억 달러(약 1136억 원)를 지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선다. 솔리드, 리튬메탈배터리 시제품 선봬
중량·비용↓…주행거리는 2배 늘어
2025년 최종 상용화…연내 상장
현대차, 2027년 전고체 양산 목표
“전동화 관련 다양한 기업에 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솔리드에너지와 지분 투자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싱가포르국부펀드, 창업자인 치차오후 최고경영자(CEO), SK㈜, GM 등과 함께 솔리드에너지사의 주요 주주 지위 및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투자한 이유는 리튬메탈 배터리
현대자동차가 솔리드에너지에 투자한 이유는 리튬메탈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보다 상용화 시점이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솔리드에너지는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소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독립한 회사다. 핵심 기술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한층 뛰어난 성능을 지닌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메탈 배터리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배터리 부피와 무게는 크게 줄이고 주행 거리는 2배 이상 크게 늘릴 수 있어, 주요 배터리 개발사와 완성차 기업들이 리튬메탈을 사용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솔리드에너지는 리튬메탈에 고체 형태의 폴리머코팅을 입히고 리튬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는 고농도의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3월 GM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사로 주목받고 있다.
솔리드에너지와 GM은 미국 보스턴 인근에 2023년까지 리튬메탈 배터리 시험 생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2025년 최종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은 전고체 배터리보다 구현이 쉬운 액체 전해질과 고체 코팅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해 제품 개발에 성공한 최초의 회사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통해 기본 배터리의 2배에 이르는 긴 주행거리를 실현했으며, 단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 중량과 생산 비용도 줄였다”는 것이 솔리드에너지의 설명이다.
현대차, 약점인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주력
현대차는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큰 약점은 배터리에 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기술력 확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자체생산)’를 이루지 못하면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진화하는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현대차는 2027년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손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솔리드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열린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며 배터리 전문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2030년께 본격적인 양산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가 원하는 시점에 배터리 내재화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관련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솔리드에너지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의 이번 투자 배경이다. 솔리드에너지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상장 시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 스타트업인 미국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지난 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약 33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전동화와 관련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솔리드에너지 투자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