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 선한 영향력…터키에 뻗은 한국 손길, 스포츠가 선사한 위대한 가치

입력 2021-08-05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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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수는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최선을 다하고, 이를 지켜보는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국내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한다. 경기가 끝난 뒤 올림픽 정신을 지키며 패자를 위로하는 건 단지 선수들만의 역할은 아니다. 김연경(33·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과 ‘팀 코리아’의 이름으로 터키에 보내는 한국 네티즌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터키와 2020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3-2 진땀승을 거뒀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이를 보란 듯이 비웃으며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기 후 터키 선수들은 코트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여기에 더해 터키 대규모 산불로 신음하는 자국민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기에 감정이 더욱 격해졌을 것으로 분석 중이다.


터키는 7월 28일 남부 안탈리아주에서 시작된 대규모 산불로 최소 8명이 목숨을 잃는 등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터키 주장 에다 에르뎀은 경기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산불 진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터키인들이 웃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패배 후에도 지오반니 구데티 터키 감독은 터키 매체와 인터뷰에서 “큰 재앙이 닥친 터키 국민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 네티즌들이 움직였다. SNS에 터키 산불 현장에 묘목을 기부할 수 있는 사이트와 방법이 공유됐다. 가격은 묘목 1개당 10리라(약 1400원). 한국 팬들은 “김연경의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한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이름으로 격려한다”며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정오 현재 수백 개의 ‘인증샷’이 올라왔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한 양 팀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잠시 미뤄두고 타국에 보내는 국민들의 격려.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사레가 있을까. 스포츠가 선사하는 위대한 가치를 보여준 장면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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