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결산] <중> 흔들리는 한국체육, 백년대계를 만들어보자

입력 2021-08-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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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년 연기와 사상 초유의 무관중까지, 말 많고 탈 많던 2020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한 지구촌의 성대한 축제로 삼으려고 한 이번 올림픽은 대회 자체만을 놓고 보면 성공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태극전사들의 열정과 도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랜 땀과 노력의 결실에 국민 모두가 아낌없는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 물론 감동만 가득하진 않았다. 메달이나 결과와 관계없이 활짝 웃은 이들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도쿄올림픽을 3회에 걸쳐 정리한다.

도쿄올림픽은 한국체육의 현실을 깨닫게 한 계기였다. 금메달 7개-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목표했던 우리 선수단은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16위를 기록했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대회(금9·은3·동9)와 전체 메달수는 비슷했으나 금메달만 놓고 보면 1984년 LA대회(금6·은6·동7)로 퇴보했다. 2012년 런던에서 무려 30개의 메달(금13·은9·동8)을 휩쓸었던 한국 엘리트스포츠이기에 몹시 충격적 결과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세대교체 실패가 있다. 하계올림픽만 놓고 보면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 등 핵심 종목의 간판스타들이 떠난 뒤 한동안 뉴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다. 여자배구를 제외하면 축구, 야구, 핸드볼 등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고 힘겨루기가 핵심인 레슬링, 복싱 등 투기종목은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 베테랑의 관록과 경험에 의존하다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유감스럽게도 절대 다수의 종목들이 저변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1가구 1자녀가 대부분인 한국사회에서 프로무대조차 없는 ‘춥고 배고픈’ 종목을 택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유소년선수가 줄면 인프라도 축소되고, 결국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답은 간단하다.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체육정책은 엘리트대신 생활체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공부와 운동 모두 어중간한 선수’만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할 때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가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고 국위선양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유럽, 북미 등의 체육 선진국들 중 어디도 생활체육을 위해 엘리트체육을 터부시한 사례는 없다. 아울러 기업들이 마음 놓고 후원금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체육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필수다. 올림픽대표 선발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은 종목이 많았다. 전·현 집행부가 대립하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 또한 종종 볼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안일하고 안주하던 산하 종목단체들과 원점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의지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강세 종목뿐 아니라 모든 종목들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통일된 안을 만들어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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