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SV 이튿날은 어떻게든 SV…고우석,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았다

입력 2021-08-26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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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9회초 LG 고우석이 교체로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블론세이브는 ‘클로저’의 숙명이다. 관건은 이 아픔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는지 여부다. 고우석(23·LG 트윈스)에게 이틀 연속 악몽은 없었다.

LG는 2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3으로 이겨 사흘 만에 2위를 탈환했다. ‘클로저’ 고우석은 4-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불안감을 남기긴 했지만 무너지지 않은 것이 위안거리였다. 전날(25일) 삼성전서 3-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실점,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아픔을 어느 정도는 씻었다.

누구에게나 세이브 실패는 적잖은 내상을 남긴다. 하지만 올해 고우석은 훌훌 털고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4블론세이브를 기록했는데 그 다음 등판에서 언제나 세이브를 거둬왔다. 5월 1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했으나 3실점,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이튿날인 1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서 1-0 리드를 지켜내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류지현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전날 경기에서 느낀 점이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보직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방수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경기 내용에도 고우석 향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LG는 0-2로 뒤진 6회말 이재원과 홍창기의 적시타로 균형을 맞췄고, 7회말 2사 3루에서 상대 폭투를 틈타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8회초 무사 1루, 이정용이 등판했으나 내야안타와 땅볼로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경헌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교체도 독려도 아닌 체크 차원이 짙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던 고우석도 마운드 쪽을 바라보며 콜을 기다렸다. 이정용과 포수 유강남의 의견을 확인한 경 코치는 한 번 더 믿음을 줬다. 이정용은 호세 피렐라를 땅볼로 처리한 뒤 벤치를 바라보며 포효했다. “시즌 승부처가 아니면 고우석에게 4아웃 세이브를 맡기지 않겠다”는 류지현 감독의 원칙은 적어도 여기까지는 지켜졌다. 마침 8회말 공격에서 이재원의 2루타에 대타 이형종의 적시타가 나오며 스코어 4-2, 부담스러운 1점차 상황도 지워졌다.

고우석이 응답할 차례였고, 흔들렸지만 기어코 버텼다. 1아웃을 깔끔하게 잡았지만 강민호에게 좌월 큼지막한 솔로포를 내줬다. 포수 이성우가 흐름을 끊기 위해 마운드를 찾았다. 고우석은 이성우와 대화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평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뒤이어 오재일을 땅볼, 이원석을 뜬공으로 처리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고우석은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과 경기에서 이겨 다행이다. 홈런을 맞은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보완하며 다음 경기는 더 깔끔하게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 잘 대비해서 앞으로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지현 감독도 “선수들이 연패로 부담을 많이 느꼈을 텐데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준 것에 박수를 보낸다. 어려운 경기를 선발 임찬규부터 김윤식 김대유 정우영 이정용 그리고 고우석까지 잘 막아줬다. 역시 우리 투수진을 믿는다”고 신뢰를 보였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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