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모처럼 찾아온 기회, 155㎞ 찍은 LG 사이드암! 선명히 남긴 희망

입력 2021-09-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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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쉽게 흘러가는 이닝이었겠지만 LG 류원석에게는 달랐다. 11개월만의 1군 등판에서 1이닝 3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11개월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던진 초구. 시속 154㎞를 찍었다. 1루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감탄 소리가 중계방송에 잡힐 정도였다.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남긴 경기, 현 시점에서는 류원석(32·LG 트윈스)은 전자를 향한 기대를 더 선명히 남겼다.

LG는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8-1로 승리해 4연패에서 탈출했다.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6이닝 1실점 투구로 48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로 KBO리그 새 역사를 썼다. 타선에서는 그간 슬럼프에 시달리던 저스틴 보어가 KBO리그 데뷔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모처럼 웃었다.

2회말부터 8-1로 갈린 경기. 자연히 불펜에서는 필승조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선수들이 차례로 등판했다. 그러나 8-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류원석에게는 너무도 값진 기회였다. 지난해 10월 1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331일만의 1군 등판이었다.

시작은 깔끔했다. 김태연과 에르난 페레즈 중심타선 상대로 연이어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김태연에게는 152㎞, 페레즈에게는 155㎞ 속구가 결정구였다. 하지만 2사 후 이성곤과 최인호에게 연이어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허관회 타석에서 2B로 시작하자 이성우가 마운드를 찾았다. 그러나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 2사 만루가 됐다.

경헌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교체가 예상되는 순간, LG 벤치의 선택은 믿음이었다. 그리고 류원석은 노태형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솎아내며 11개월만의 1군 등판 임무를 마무리했다. 이날 최고구속은 155㎞, 최저구속이 149㎞였다.

서울고 동기 이형종이 워낙 쟁쟁한 투수였기 때문에 아마추어 시절 많은 관심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인하대를 거쳐 2013년 육성선수로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세 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거치고 사이드암에서 오버스로우, 다시 사이드암으로 팔 높이를 거듭 바꾸는 등 모험의 연속. 어떻게든 프로에서 활약을 남기겠다는 의지였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선 26경기 2승1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33으로 허리 역할을 탄탄히 해냈다. LG 2군 코칭스태프는 강점인 속구의 위력을 살리기 위해 류원석의 자신감을 거듭 불어 넣었고, 그 결과가 마운드에서 나오고 있다.
1군 데뷔 자체가 2019년으로 만 서른 살 때. 하지만 시작이 늦었다고 반전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첫 등판에서 구위라는 강점과 제구라는 아쉬움을 모두 확인했다. 임팩트만큼은 전자 쪽이 훨씬 강했다. 류원석은 투수 왕국 LG에서도 분명 쓰임새가 있는 자원이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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