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1부에서 2부로 이적한 김인성이 살아가는 법

입력 2021-09-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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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 김인성.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의 목표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풍족한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상향 이동하면 ‘성공했다’는 소리는 듣는다. 반대의 경우엔 은퇴를 앞뒀거나 기량 유지가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인성(32·서울이랜드)의 이적은 상식적이진 않다. 그는 여름이적시장에서 K리그1(1부)에서 우승을 다투던 울산 현대를 떠나 K리그2(2부) 서울이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은퇴를 앞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량이 저하된 것도 아닌 그가 갑자기 2부 무대로 이적하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김인성의 대답은 단순했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1부에서 230~240경기 정도를 뛰었다. 똑 같은 경기장에서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많이 뛰었다”면서 “이젠 2부 리그에서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목표는 확실했다. 바로 ‘승격’이다. 그는 “이미 우승을 경험해봤는데, 승격은 또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이랜드 김인성.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1부 구단의 지향점은 우승이고, 2부의 목표는 승격이다. 승격이 그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특히 제대로 뛸 수 있는 나이에 옮겨야 진정성이 드러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더 나이 먹기 전에, 그래도 내 폼을 유지한 상태에서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011년 내셔널리그 강릉시청 유니폼을 입은 김인성은 2012년 러시아 명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해 화제를 뿌렸고, 2013년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6년 울산에 합류해 6년을 뛰었다. 활동량과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인정받아 태극마크도 달았다. 그런 김인성이 FA를 앞두자 관심이 뜨거웠다. 여러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선택은 이랜드였다. 왜 이랜드였을까. 그는 “이랜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또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기다려준 부분이 가장 컸다”면서 “구단의 배려와 믿음이 고마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1부와 2부 무대는 선수 구성이나 경기력 등에서 수준 차이가 난다. 올 시즌 울산에서 15경기, 이랜드에서 7경기에 출전한 김인성은 이런 차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실수’라고 했다. 그는 “울산의 경우 선수들이 볼을 한번 잡으면 잘 빼앗기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2부 경기에선 서로 볼을 뺏고, 빼앗기고, 또 뺏고 이런 과정이 많다. 서로 실수가 많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이랜드 김인성.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인성은 이랜드에서 이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7경기 출전에 4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랜드의 순위는 16일 현재 K리그2 10팀 중 9위다. 최소 4위 안에는 들어야 승격에 도전해볼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준PO) 출전 자격을 얻는다. 4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44)와 15점차다. 김인성이 꿈꾸던 승격은 어려워 보인다. 그는 “감독님이나 코치님, 그리고 동료들이 워낙 잘해줘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팀 분위기도 좋다”면서도 “그런데 축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반복되면서 힘든 상황까지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팀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쉽진 않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또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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