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원준.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27)이 좋은 예다.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의 뒤를 이을 3선발로 낙점했을 때만 해도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16일 현재 21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ERA) 3.07을 올리며 선발진의 중심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0도쿄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큰 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은 돈 주고도 못 살 엄청난 자산이다.
전반기의 최원준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15경기에서 7승1패, ERA 2.80을 올리며 ‘승리의 파랑새’로 불렸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부진을 거듭한 탓에 ERA는 한때 3.28까지 치솟았다. 전반기의 위력이 전혀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때 최원준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준 이는 고영표(30·KT 위즈), 강민호(36·삼성 라이온즈) 등 올림픽에서 함께한 선배들이었다. 같은 우완 사이드암 유형에 힘든 시간을 거쳐 성장한 공통점까지 닮은 덕에 고영표와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최원준은 “(고)영표 형과는 지금도 연락을 자주 한다.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말했다.
두산 최원준. 스포츠동아DB
고영표는 올 시즌을 통해 국내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19경기에서 16회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생애 첫 10승까지 챙겼다. 일본과 올림픽 준결승에서도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최원준에게 “문제가 없는데, 문제를 삼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는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포수 강민호의 “네 장점을 살려서 던지라”는 조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공 끝의 움직임과 몸쪽 코스를 공략하는 커맨드 등 강점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원준은 “좋은 선수들과 얘기하다 보니 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말 그대로 ‘올림픽 찬스’다.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 욕심을 버리니 결과가 따라왔다. 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7이닝 1실점)과 15일 잠실 KT 위즈전(6이닝 1실점) 등 최근 2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최원준은 “올림픽 이후 더 잘하려던 욕심 때문에 지장이 있었다. 빨리 10승을 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인정하며 “최근 들어 기존의 방식대로 마음을 비우고 루틴을 따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팀의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지금처럼 하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이 등판한 21경기에서 팀은 15승1무5패(승률 0.750)의 성적을 거뒀으니(규정이닝 투수 중 1위) “팀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그의 말은 더욱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