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지훈 응원단장(왼쪽)이 16일 수원 KT전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텅 빈 관중석은 코로나19 시국 2년으로 익숙해졌지만, 치어리더를 비롯한 응원팀도 대동하지 않은 응원은 조 단장 커리어 처음이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야구팬들의 육성 응원을 앗아갔다.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지방을 중심으로 관중 입장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함성은 응원단장만의 몫이다. 2년째 무관중 체제. ‘16년차 베테랑’ 조지훈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42)에게도 이번 수원 2연전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현재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무관중 체제다. 원정팀의 응원단은 야구장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조 단장은 16~17일 수원 KT 위즈와 2연전에 치어리더 없이 소수정예 스태프만 데리고 수원으로 향했다. 보통 원정경기 땐 치어리더 포함 10명 이상의 스태프가 함께 하지만, 이날은 조 단장 포함 4명뿐이었다.
구단의 절실함 때문이었다. 이석환 대표이사는 광주 KIA와 더블헤더 중 조 단장에게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수원 원정도 동행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이 대표는 팬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선수단에게 어떤 힘으로 다가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롯데 팬들의 수원KT위즈파크 입장은 불가능하지만, 조 단장이 팬들을 대표해 격려를 보내주길 바랐다. 원칙적으로 무관중 구장에서 원정 응원단의 방문이 쉽지 않은데 KT 구단은 물론 김주일 KT 응원단장 이하 응원팀이 허락해줬기 때문에 성사됐다. 조지훈 단장은 “선수들에게 격려할 기회를 준 사장님과 KT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무관중 체제 땐 응원단 멤버들끼리라도 호흡을 맞추면서 머쓱함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번 상황은 달랐다. 롯데에서만 16년째 응원단을 이끄는 조 단장도 “이런 환경은 처음이다. 정말 어색하다”는 말을 연신 뱉었다. 어색함은 잠시. 롯데 공격 때는 마치 만원 관중 앞에서처럼 박수와 격려를 유도했다. 선수들도 무관중 원정경기를 찾은 낯선 조 단장을 반가워하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조 단장의 간절함이 선수단에 전달됐기 때문일까. 롯데는 단독선두 KT와 1승1패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래리 서튼 감독이 KT와 시리즈를 앞두고 던진 강력한 메시지다. 아직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시점은 아니다. 이 간절함은 조지훈 응원단장을 포함한 롯데 팬 모두가 비슷할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