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FA에 ACL은 어떤 의미일까?

입력 2021-10-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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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KFA)의 역할은 무엇일까.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개요’는 이렇다.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한국축구 행정 및 회원단체를 총괄한다.(중략) 유소년부터 프로축구에 이르는 모든 영역의 균형 있는 육성과 발전을 목표로 한다. 우수선수와 지도자, 심판 양성과 함께 국제경기를 통한 국위선양 및 세계축구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구촌 대부분의 FA(축구협회)들과 마찬가지로 KFA는 한국축구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힘쓰고 노력해야 할 단체다. 그런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최근 국내(울산·전주)에서 개최된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 대한 대처는 기가 막혔다.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홈경기를 치른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사진제공 | K리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조별리그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해 16강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홈경기를 배정받았음에도 울산은 불이익을 걱정했다. 방역당국이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이 심한 일본에서 입국한 이들이 자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입국 후 국내에서 격리 면제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였다.


전세기를 구해 방한 일정을 짠 가와사키 선수단도 발을 동동 굴렀지만, 진짜 피해자는 울산이었다. 홈경기 개최권을 반납한 채 일본으로 원정을 가거나 중립경기를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초비상이 걸린 프로축구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담당부처와 소통에 나섰고,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에 철저한 방역 이행과 주도면밀한 원정팀 관리를 약속하며 설득했다. “빨리 개최 여부를 결정하라”고 재촉한 AFC에 사정을 구하고 시간을 버는 작업을 한 것도 프로축구연맹이었다. KFA 대신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직접 협조를 요청했다.


반면 KFA는 전혀 힘이 되지 않았다. 영향력을 가진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시기가 겹친 영향도 있지만, KFA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KFA는 K리그가 ACL 8강전(10월 17일)과 4강전(10월 20일)을 전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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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사례는 더 있다. KFA는 어느 순간부터 ACL 경기에 임직원들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이 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담당자가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어떤 영문에서인지 ACL 현장에선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관계자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상대 클럽에 대한 분석도 박태하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이끄는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만의 몫이 됐다. 자국 클럽들의 선전을 위해 전력분석부터 행정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쏟는 일본축구협회(JFA), 중국축구협회(CFA) 등 이웃나라 협회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AFC를 비롯한 아시아축구계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뻔하다. ‘정몽규 시대’가 열린 뒤 한국축구의 걱정거리로 떠오른 것은 확연히 떨어진 외교력이다. 축구외교는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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