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공군조종사들 놀이서 시작…순식간에 유행…1978년 전군 보급

입력 2021-1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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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백두산 부대 장병들이 해발 1200m에 위치한 부대 안 족구장에서 족구를 즐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족구의 역사를 아시나요?

<全軍>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화랑들이 마른 짚 따위나 풀로 공을 엮어 만들어 중간에 벽을 쌓고 발로 차 넘기는 놀이를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 때 이미 선조들은 족구와 유사한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족구의 탄생에 대한 기록도 정확히 남아 있다. 1968년 5월 공군 11전투단에서 시작됐다. 자주 5분대기를 해야 했던 공군 조종사들은 지루하고 심심한 대기 중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절실했다. 조종사들은 배구장 네트를 바닥으로 내리고 배구공이나 축구공을 사용해 세 번 만에 차 넘기는 놀이 겸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이름도 없는 공놀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정덕진(당시 대위), 안택순(중위) 두 장교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자주 이 공놀이를 즐겼는데 하루는 대대장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둘을 호출했다.

대대장은 두 사람에게 “국방부에서 전 군을 대상으로 창안제도를 공모하고 있는데 이걸 한번 올려보라”고 권유했다. “1등하면 상금이 30만 원인데, 이거 받아서 대대 불고기 파티 한 번 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두 사람이 ‘족탁구’라는 이름으로 제출한 이 신박한 구기종목은 이 해 국방부 상신 최우수작품에 선정돼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우승상금으로 대대 불고기 파티를 벌일 수 있었다.

“족탁구를 전 군에 보급하라”는 명령에 두 사람은 한동안 전국의 부대를 돌며 룰을 지도하고 시범경기를 보여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정덕진 씨는 “김포의 한 부대에서 족구를 보급한 뒤 헬기를 타고 복귀하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땅에 선을 그어놓고 족구를 하고 있더라. 정말 빠르게 보급이 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후 족탁구는 1970년대에 ‘족구’라는 공식명칭을 얻게 되었고 1974년 국방부 체력관리 규칙으로 게재되었으며, 1978년에 본격적으로 전 부대에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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