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혁(왼쪽), 두산 박계범. 스포츠동아DB
LG와 두산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 유격수를 보유한 팀들이다. LG는 오지환(30), 두산은 김재호(36)다. 오지환은 강한 어깨를 앞세운 넓은 수비범위, 김재호는 군더더기 없는 안정감과 마치 물 흐르듯 부드러운 송구동작이 강점이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둘은 경지에 오른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선 이들의 ‘유격수 전쟁’을 볼 수 없다. 오지환이 10월 2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도중 쇄골 골절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 유격수들 중 타구처리율 1위(93.02%)에 빛나는 오지환의 이탈은 LG로선 엄청난 악재다. 정규시즌에도 탄탄한 수비로 수차례 팀의 승리를 지켜냈던 터라 더욱 그렇다.
대체자로는 구본혁(24)이 유력하다. 구본혁은 2019년 키움 히어로즈와 PO 1·2차전에서도 견고한 수비로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안정감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보니 큰 무대 경험과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구본혁의 존재는 든든하다.
두산도 박계범(25)과 김재호를 번갈아 활용할 전망이다. 키움과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때도 1차전에는 박계범, 2차전에는 김재호가 나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의 팔 상태가 완전치 않아 빠른 공에 100% 대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격력 강화 측면에선 박계범 쪽으로 다소 무게중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또 “박계범의 수비도 김재호 못지않다”며 기를 살려줬다.
다만 김재호는 PS 경험이 풍부한 데다, 두산 내야진의 시프트를 진두지휘할 정도로 타구 방향을 읽는 기술이 뛰어나다. 이는 단기전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김 감독도 “고참이고,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말로 그의 가치를 설명했다.
평소와 다른 그림은 단기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과연 양 팀의 내야사령관들은 어떤 그림을 완성할까. 준PO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