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2등이래” 박정환, 신진서 꺾고 삼성화재배 안았다

입력 2021-11-03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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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

한국바둑 랭킹 1, 2위 대결로 세계 바둑계 초관심
2위 박정환, 1패 뒤 2연승으로 1위 신진서 격파
“어제 연구한 모양이 그대로 나와”…운도 한 몫
2위의 반란이 성공했다.

한국바둑 랭킹 1, 2위 간의 세계대회 결승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바둑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우승의 주인공은 2위 박정환(28) 9단이었다.

박정환은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결승3번기 최종 3국에서 신진서(21) 9단에게 166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3억 원의 주인이 됐다. 1국의 완패 뒤 연거푸 거둔 역전의 완승이었다.

박정환은 초반 좌상변 접전에서 이득을 보며 일찌감치 실리로 앞서나갔다. 인공지능의 승률 그래프가 한때 박정환 쪽으로 95%까지 치솟을 정도로 신진서를 압도했다. 점수가 부족한 복서의 펀치는 궤적이 커지기 마련. 신진서는 백 대마를 추궁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수포로 돌아가자 돌을 거두고 말았다. 대국 시작 3시간 15분 만의 빠른 종국이었다.

“처음부터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1국까지 져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

박정환의 소감에서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의 무게가 느껴졌다. 확실히 운도 작용했다. 박정환은 “어제 저녁에 연구한 모양이 좌상변에서 나와 초반에 시간을 안 들이고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라고 했다. 박정환에게 승기를 안겨다 준 초반 좌상변 접전 이득의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박정환은 현재 랭킹 2위지만 1위와의 격차는 컸다. 1위 신진서가 6관왕에 올라있는데 비해 박정환은 2년간 무관이었다. 이날 우승으로 박정환은 2년 만에 무관의 수렁에서, 그것도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으로 후련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자 통산 32번 째 타이틀이다.

1996년 창설된 삼성화재배는 세계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대회로도 유명하다. 프로기전 사상 최초로 아마추어에게도 출전기회를 부여하고(1999), 외국기사에게 문을 열어 통합예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2001). 여성조 신설(2006), 일종의 패자부활전 방식인 더블 일리미네이션 시스템 도입(2009), 월드조 신설(2013) 등도 삼성화재배에서 이루어졌다. 바둑계와 바둑팬들은 삼성화재배를 ‘변화와 도전의 기전’으로 기억했으며, 세계 프로기사들에게는 가장 참가하고 싶은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도 삼성화재배는 프로암바둑대회 개최, 바둑 꿈나무 선발전, 방과 후 바둑대회와 대학생 바둑대회 개최, 군부대 바둑보급 등 한국바둑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물과 영양을 지원해 온 대회이기도 하다.

중국의 우승을 6년간이나 지켜봐야 했던 한국의 ‘통증’이 유독 극심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편 박정환의 우승으로 한국은 7년 만에 우승하며 통산 13회로 최다 우승국의 영예를 지키게 됐다. 중국은 11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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