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경수 시리즈? 우승 그 순간, KT 둘째 형은 큰 형을 끌어안고 울었다 [KT V1]

입력 2021-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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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8-4 승리를 거두며 KT가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박경수가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모두가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너나 할 것 없이 껑충껑충 뛰며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오른 다리가 불편한 둘째 형은 목발을 뿌리치고 큰 형의 품에 안겼다. 가장 짜릿한 장면에서 나온 진심. 박경수(37·KT 위즈)와 유한준(40)은 팀 KT의 역사를 완성했다.
KT는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4차전에서 8-4로 이겨 셧아웃 우승을 완성했다. 9회말 2아웃, 박세혁의 타구가 1루수 강백호 쪽으로 향했다. 여유 있게 포구한 강백호는 직접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포효했다. 그 순간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경기장으로 뛰쳐나왔다. 우승팀에게만 허락된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 순간 그라운드로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박경수와 유한준은 예외였다. 강백호가 1루 베이스를 찍는 순간, 이들은 덕아웃에서 찐하게 포옹했다. 이들은 팀 KT의 역사를 함께한 주인공들이다. 박경수는 2016년부터 3년간, 유한준은 그 뒤를 이어 2019년부터 2년간 주장 완장을 찬 바 있다. KT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모두가 “우리 팀 문화는 이들이 만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고생을 한 만큼 이들의 포옹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라운드에 한데 어울려 기쁨을 만끽하던 다른 선수들은 박경수와 유한준을 기다렸다. 박경수는 목발에 의지해 힘겨운 걸음을 뗐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후배들은 이들이 대열에 도착하자 끌어안고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내야수 권동진은 박경수의 목발을 치켜들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정말 감동받았다. 엄청 뭉클했다. 사실 후배들이 그렇게 기다릴줄 모르고, 세리머니 끝난 뒤 천천히 나가려고 했는데…”라며 먹먹함을 전했다.
박경수가 KS 3차전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시리즈를 떠나게 됐을 때, 유한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박경수는 유한준에게 “이제 형이 알아서 해줘”라는 말로 부담을 덜어줬다(?). 유한준은 “목발 짚는 경수를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고였다”며 책임감을 상기했다.
시리즈 MVP는 박경수의 차지였다. 타석에서는 8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더 좋은 기록을 남긴 후배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시리즈를 지배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호수비를 거듭했다. 이 감독이 매 경기 후 “수비 덕에 이겼다”고 말한 데는, 박경수에 대한 고마움도 적잖게 작용했다.
시리즈 내내 주목받았던 박경수. 한 KT 관계자가 한국시리즈의 영어 표현 KS가 ‘경수(Kyung Soo)’의 약자 아니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경수 시리즈의 엔딩은 너무도 화려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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