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체·비인기 꼬리표 안녕! 2021 KT 선수단·프런트·팬 모두 챔피언다웠다 [KT V1]

입력 2021-11-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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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약체, 그리고 비인기팀. 2015년부터 KT 위즈를 따라다니던 불명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해 약체 꼬리표를 뗐지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긴장 속에 가을을 짧게 마무리했다. 시행착오는 한 번이면 됐다. 창단 첫 통합우승, KT 구성원 모두 자격은 충분했다.

한국시리즈(KS) 내내 경기 외적인 기 싸움에서부터 밀리지 않았다. KT는 올해 초 ‘비트배트’ 응원봉을 출시했다.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응원도구를 담당하는 업체와 콜라보를 통한 제품으로, 컨트롤타워에서 응원봉에서 흘러나오는 응원가나 색깔을 일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 ‘집관’하는 이들까지 하나가 돼 즐길 수 있다. 두산 베어스와 맞붙은 KS에는 아예 업체 관계자를 초빙해 조금 더 디테일한 컨트롤에 나섰다. KT 관계자는 “우리만의 응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 이하 선수단 모두 열광적 응원에 감동했다. 이 감독은 “수원이 아님에도 (고척으로) 응원을 와주신 수원시민들, KT 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해서 좋다”고 밝혔다. 강백호는 “정말 힘이 됐다. 우리가 팬들에게 그만큼 기대를 심어드렸고, 또 그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인터뷰 중 실제로 엄지를 들었다.


전통의 강호 두산과 응원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김주일 KT 응원단장은 “단상에서 우리만의 응원문화가 생긴 광경을 보면 감동 그 자체다. 또 우리 팬들은 정말 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육성응원 자제를 말하면 정말 단 한 명도 입을 열지 않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KT 팬 안문영 씨(29)는 “만족도 500%다. 우리만의 시그니처 응원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전까진 어디서 ‘KT 팬이다’라고 얘기하면 ‘왜 좋아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요즘은 당당하게 KT 팬임을 밝히고 다닌다. 죽을 때까지 응원하겠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홍보팀도 발을 벗고 나섰다. KS 중에는 구단의 역사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위해 홈런이 나올 때마다 외야로 달려가 타구를 잡은 팬과 ‘협상’을 했고, 준비기간에는 구단 차원에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선수의 강점과 KS를 앞둔 각오 등이 빼곡히 실린 자료였다. 소속팀 선수를 조금이라도 더 빛나게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모두가 얼어붙은 채 가을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하지만 KT는 그 사이 훌쩍 성장한 채 왕좌에 올랐다. 선수단도, 프런트도, 팬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약체 혹은 막내라는 하대도, 비인기팀이라는 불명예도 ‘챔피언’ KT에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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