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제주에 2-0으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김상식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주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전북 현대 임직원들은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으로 이른 아침 출근해 위대하고 당당한 여정의 마지막 하루를 묵묵히 준비했다. “정신없는 오전을 보냈다”며 혀를 내두른 사무국 직원의 표정에 설렘이 가득했다.
2021시즌의 피날레, 녹색군단의 화려한 챔피언 대관식을 지켜보려는 팬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몫을 했다. 전북-제주 유나이티드의 시즌 최종전(38라운드) 입장권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예매됐고, 스탠드를 가득 채운 1만3000여 홈 팬들은 90분을 뜨거운 공기로 가득 채워줬다.
사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에도 두 곳의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현대가 라이벌’ 울산 현대도 상황에 따라선 우승이 가능했다. 전북이 홈에서 제주에 패하고, 울산이 같은 날 대구FC를 격파하면 우승트로피의 주인이 바뀔 수 있었다.
당연히 트로피도 2개 준비했다. 순금으로 제작된 1000만 원 상당의 ‘진품’을 10월 지난해 우승팀 전북으로부터 회수한 연맹은 다시 전주성으로 가져왔다. 시상자인 권오갑 연맹 총재는 전주로 향했고, 한웅수 부총재는 모조 트로피를 들고 울산으로 이동했다.
전북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2019, 2020시즌 잇달아 울산을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던 전북은 제주전을 잘 버텨내면서 진품 트로피를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 다시 한번 진열할 수 있게 됐다.
리그 5연패, 통산 9번째 우승은 모든 구성원이 합심한 결과다. 구단은 겨울·여름이적시장에서 빈 틈 없이 전력을 보강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김상식 감독 이하 선수단은 결과로 챔피언의 자격을 증명했다. 울산에 시즌 내내 밀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전북은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순간 거짓말처럼 상황을 뒤집어 또 한번의 값진 역사를 썼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