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건재 과시” 아들과 함께 ‘황제의 귀환’ 알린 타이거 우즈

입력 2021-12-20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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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왼쪽)와 아들 찰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리 절단 위기에 몰렸던 차량 전복 사고 후 10개월 만에 치른 이틀 동안의 첫 실전.

사고 뒤 3개월가량 침대에 누워 지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정식 투어 복귀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샷에 정교한 아이언 샷, 안정적인 그린 주변 플레이까지 보여줬다. 비록 이벤트 대회였지만 이틀 연속 건재를 과시하며 ‘골프 황제’의 화려한 귀환을 기대케 했다.

타이거 우즈(46·미국)가 아들 찰리(12)와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한 1년 만의 필드 복귀전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12억9000만 원) 최종 2라운드에서 버디 13개와 이글 1개를 뽑아내며 15언더파를 합작했다. 7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무려 11개 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틀 동안 25언더파 119타를 적어낸 우즈 부자는 아들과 팀을 이룬 존 댈리(미국)에 2타 뒤진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찰리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PNC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 20명이 가족 한 명과 짝을 이뤄 출전하는 이벤트 대회다. 두 선수가 각자 티샷을 한 뒤 좋은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들과 함께 지난해 이 대회에 처음 나서 공동 7위를 기록했던 우즈는 지난 2월 차량 전복 사고 후유증을 털어내고 ‘황제의 귀환’ 가능성을 드높였다.

최종 라운드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아들과 함께 입고 등장한 우즈는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 찰리와 함께 또 한번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첫 홀에서 우즈가 버디를 잡자 파4 2번 홀에서는 찰리가 제법 긴 거리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응답했다.

파5 3번 홀에서는 우즈가 두 번째 샷을 홀컵 2m 거리에 붙이자 찰리가 이글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등 잇달아 인상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마지막 18번 홀을 마친 뒤 우즈는 찰리를 껴안고 기뻐하면서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즈는 “즐겁게 경기하는 것과 보기를 하지 않는 것, 두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모두 달성했다”면서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이렇게 찰리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든 것에 감사한다. 골프는 내 인생이고 다시 기회를 얻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샷 루틴은 물론 서 있는 자세까지 ‘아빠 판박이’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던 찰리는 이번에도 ‘리틀 우즈’다웠다. 우즈는 “알레르기가 있어 코를 비비는 동작도 똑같다”고 웃은 뒤 아들과의 ‘기분 좋은 신경전’도 털어놨다. “찰리가 어제와 오늘 몇 차례나 ‘아빠 그렇게 치지 마’라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찰리에게 ‘너나 잘 쳐’라고 받아쳤다”고 귀띔했다. 이벤트 대회인 덕분에 주최 측 배려로 이틀 연속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소화한 우즈는 “내 꿈은 곧 찰리 옆에서 다시 18홀을 걸으며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의 샷은 전성기에 비해 파워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치명적 부상을 당했던 오른쪽 다리 탓에 스탠스도 평소보다 조금 넓게 섰다. 우즈는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두 번 다시 (PGA 투어) 풀타임 일정을 소화하진 못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자신의 현실을 돌아본 뒤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댈리(오른쪽)와 아들 리틀 존 댈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들 리틀 존 댈리와 짝을 이뤄 1라운드에서 1타 차 공동 2위에 랭크됐던 댈리는 2라운드에서 15타를 줄이며 최종 27언더파 11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와 함께 출전한 저스틴 토마스와 아들과 팀을 이룬 스튜어트 싱크(이상 미국)가 나란히 24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했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나선 넬리 코다(미국)와 아버지 페트로는 17언더파로 12위에 올랐다. 페트로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단식에서 우승하고 한때 세계랭킹 2위에도 올랐던 테니스 스타 출신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코다는 ‘우상’ 우즈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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