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보상금’ 박병호, 히어로즈에 170억 원 안기고 떠나다

입력 2021-12-29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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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까지 ‘영웅’이었다.

2022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온 박병호(35)가 3년 총액 30억 원(계약금 7억·연봉 총액 20억·옵션 3억)에 29일 KT 위즈와 계약했다. 이로써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9시즌(미국 진출 2시즌 제외)을 보낸 히어로즈(현 키움)와 이별하게 됐다.

박병호에게 히어로즈는 특별한 구단이었다. LG 트윈스의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그는 거포 유망주로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재능을 일찍 꽃 피우진 못했다. 그러나 히어로즈에 합류한 첫 시즌인 2011년 13홈런으로 잠재력을 터트린 뒤 2012년에는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 76득점으로 거포의 반열에 올랐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52홈런, 53홈런을 쏘아 올린 박병호는 국내 최고 타자로 우뚝 서며 메이저리그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았다. 2015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무대를 노크했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가 포스팅 비용으로 1285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47억 원)를 제시했고, 히어로즈가 이를 수용하면서 미국 진출이 성사됐다. ‘스몰마켓’인 히어로즈가 박병호의 미국 진출로 챙긴 목돈은 구단 운영에 요긴하게 쓰였다.

박병호는 2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2018시즌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복귀 첫 시즌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 88득점의 활약으로 걸맞은 성적을 남겼다. 공인구의 반발력 조정으로 홈런이 급감한 2019시즌에도 타율 0.280, 33홈런, 98타점의 준수한 성적과 함께 개인통산 5번째 홈런왕을 달성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는 바람에 성적이 하락했지만, 8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장타력만큼은 여전함을 뽐냈다.

박병호는 이번 FA 시장에서 C등급으로 분류돼 타 팀 이적시 보상선수는 없어도 22억5000만 원의 보상금이 발생하는 선수였다. 이 때문에 키움 잔류가 유력한 듯했으나, 베테랑 거포에 눈독을 들인 KT가 총액 30억 원을 제의하면서 전격적으로 이적이 성사됐다.


KT는 이제 키움에 22억5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건네야 한다. 박병호로선 떠나는 순간까지도 히어로즈에 거액을 안기는 모양새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운영에 직격탄을 맞은 키움으로선 더없이 고마운 ‘선물’일지 모른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과 FA 이적 보상금을 통해 히어로즈에 안긴 돈은 합쳐서 약 170억 원이다. 히어로즈를 떠나면서도 ‘영웅’으로 남게 된 ‘국민거포’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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