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챙겨볼게”-“꼭 다시 함께” 롯데 브로맨스, 마지막 뜨거운 안녕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1-12-29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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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라면 누구나 패배를 싫어한다. 그 중에서도 손아섭(33·NC 다이노스)과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의 승부욕은 유달리 강한 편이다. 롯데가 승리할 때는 누구보다 기뻐하고, 패한 날에는 씩씩대며 개인훈련에 매진했다. 포지션이 달라 그라운드에서 마주칠 일이 없지만 자주 얼굴을 맞대며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제 그 ‘브로맨스’가 해체됐다. 손아섭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둘은 찢어지게 됐지만, 세대를 넘어선 우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터다.

부산의 한·일전과 야구욕심, 브로맨스 탄생 배경

2007년 입단한 손아섭과 2020년 입단한 최준용은 정확히 13년차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시간이 남을 만큼의 세월이 둘 사이에 놓여있었다. 각각 야수와 투수로 포지션까지 다른 중고참과 막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가장 뜨거운 ‘브로맨스’를 자랑했다.

처음 둘이 가까워진 계기를 묻자 최준용은 어제 일처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손아섭은 부산고, 최준용은 경남고 출신이다. 두 학교는 부산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고다. 졸업생들끼리 벌이는 ‘티키타카’로도 잘 알려져있다. 최준용은 “경남고와 부산고는 부산에서 한·일전처럼 라이벌 관계다. 입단 후 (손)아섭 선배가 출신학교를 물으시기에 ‘경남고’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배님이 막 놀리셨다. 나 역시 ‘선배님은 부산고 출신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조금씩 친해졌다”고 돌아봤다.

출신학교는 달랐지만 가장 중요한 점이 닮아있었다. 야구를 향한 열정이었다. 손아섭은 평범한 땅볼 하나에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악바리 근성으로 유명하다. 스윙이 맘에 들지 않을 때면 몇 시간이고 배트를 돌리다 퇴근한다. 최준용 역시 이닝을 깔끔히 막지 못한 날이면 분해서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최준용은 “선배님이 밥도 자주 사주시면서 1군 적응을 도와주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야구를 대하는 마인드가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선배가 최고의 후배에게
24일 NC와 계약 직후. 손아섭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 도중 2차례 말문이 막힌 채 울컥함을 숨기지 못했다. 첫 번째는 부산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을 때, 두 번째는 롯데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했을 때였다. 손아섭은 한국시리즈(KS) 우승이라는 꿈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애후배’ 최준용이 많이 서운해할 것 같다고 전하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최)준용이는 그 누구보다 아꼈던 후배다. 롯데가 KS에서 우승하는 순간 함께 하고 싶던 목표가 있었는데, 그걸 못 지키게 만들어 미안하고 아쉽다. 준용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투수다. 최고의 자질을 갖고 있다. 비록 다른 팀에 있지만 팬으로서 던지는 모습, 기록 등 다 챙겨볼 거다. 최고의 위치까지 오르는 데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비록 다른 팀 소속이 됐지만, 고민 있으면 언제든 연락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 아파야 한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최준용은 “눈물 날 것 같다”며 먹먹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달 초 인터뷰 당시 “아섭 선배랑 앞으로도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할 만큼 애정이 깊었다. 동료로서, 롯데 팬으로서 손아섭이 잔류하길 원했던 최준용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가족 같은 선배가 팀을 떠난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나를 잘 챙겨줬다. 롯데 팬이었던 내게는 영광이었고 하루하루가 꿈같았다. 앞으로 그러지 못하게 되니 슬프고 마음이 안 좋다. 언젠가 다시 함께 야구할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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