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올림픽’ 이채원의 당당한 완주…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남았다

입력 2022-02-06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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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중국 입성 후에만 독감 주사를 2차례나 맞아야 할 만큼 몸이 좋지 않았다. 컨디션도 뚝 떨어졌다. 고지대의 대회 코스는 낯설었고, 현지 날씨마저 혹독했다. 레이스 중에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수차례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6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철녀’ 이채원(41·평창군청)이 5일 중국 장자커우의 국립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스키애슬론에서 55분52초60의 기록으로 전체 65명 중 6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순위와 기록은 별개의 문제다. 이채원은 ‘리빙 레전드’다. 4년 전 평창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으나 컴백했고,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하며 생애 6번째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없었고, 동등하게 후배들과 경쟁해 값진 결실을 맺었다. 올림픽 6회 출전은 이규혁(빙상), 최서우, 최흥철, 김현기(이상 스키)만이 보유한 대기록이었다.

솔직히 베이징은 참 혹독했다.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기록차도 컸다. 이채원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내가 여길 왜 왔지?’ 계속 되물었다”고 털어놓았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준 것은 가족이었다. 초등학생 딸(장은서)은 지난달 25일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서 투정을 부렸지만 힘차게 운동하는 엄마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깜짝 음성 편지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되기 위해 다시 달려 값진 완주에 성공한 이채원은 “남은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내 모든 걸 쏟겠다. 그래야 딸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에게 남은 종목은 개인 스프린트 10㎞(8일), 개인 클래식 10㎞(10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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