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본능’ 손흥민, 이란 킬러로…김영권, 이란전 새옹지마 [이란전 현장 리뷰]

입력 2022-03-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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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렸다. 부담스럽던 영(0)의 균형이 에이스의 한방으로 깨졌다.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의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포가 전반 종료 직전 폭발하자, 6만4000명 만원관중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후반 18분 베테랑 중앙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의 추가골은 승리를 확신케 하는 축포였다.

드디어 숙적을 격파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경기에서 손흥민과 김영권의 릴레이 골로 이란을 2-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질긴 악연을 끊고 이란과 통산전적을 10승10무13패로 만들었다. 무려 11년, 또 8경기 만에 울린 짜릿한 승전고다. 앞서 한국이 이란을 꺾은 기억은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1-0)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3무4패로 거듭 고개를 숙였었다.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에서도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A조 선두로 올라섰다. 7승2무, 승점 23으로 이란(7승1무1패·승점 22)을 2위로 밀어냈다. 29일(한국시간) 두바이에서 열릴 아랍에미리트(UAE)와 10차전 원정경기를 잘 마무리하면 조 1위로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1·2월 중동 원정 2연전에서 통산 11번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미 확정했던 한국은 자존심도 회복했다.

여러모로 값진 성과다. 한국은 홈 무패행진을 20경기(16승4무)로 이어갔고, 2018년 하반기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42차례 A매치에서 28승째(10무4패)를 챙기며 역대 한국 사령탑 최다승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이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중반까지 경기 점유율은 66%에 달했다. 황의조(보르도)가 원톱,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턴)이 윙 포워드, 이재성(마인츠)과 권창훈(김천 상무)을 공격 2선의 중심에 세운 ‘벤투호’는 쉴 새 없이 볼을 전진시키며 기회를 노렸다. 좌우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김태환(울산 현대)의 오버래핑도 적극적이었다.

결정적 찬스는 많지 않았다. 마지드 호세이니와 호세인 카나니가 버틴 이란 수비진은 끈끈했다. 우리 수비도 종종 실수를 범했다. 그럼에도 위기는 적었다. 김민재(페네르바체)의 기민한 대응과 김영권의 노련한 차단이 돋보였다. 3선을 맡은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의 빠른 압박과 커버 플레이도 강렬했다.

다소 소강상태로 흐르던 전반 막판 경기가 불붙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전반 추가시간(47분) 이란의 태클을 피한 손흥민이 과감하게 돌파한 뒤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란 골키퍼 아베드자데가 막아봤지만 공이 너무 강했다.

이란이 2명을 교체하며 반격에 나선 후반 18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이 나왔다. 어느새 공격에 깊숙이 가담한 김영권이 문전 한복판에서 이재성이 흘린 볼을 침착한 왼발 슛으로 연결해 또 다시 골문을 뚫었다.

2017년 8월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직후 “관중 함성으로 선수들의 소통이 어려웠다”는 실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던 김영권은 이번 이란전에서 영원히 기억될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그에게 이란전은 인생사 새옹지마를 확인한 무대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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