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돼 더욱 빛난 스포츠 스타 커플들…“스포츠와 사랑은 같은 키워드”

입력 2022-06-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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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 종사자와 백년가약을 맺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른 커플들보다 서로의 애환을 더 잘 알고 있기에 감정 교류와 위로는 물론, 이색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아 보고 들을 거리가 풍부할 터다. 특히 스포츠 스타 커플들은 종목과 국경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아와 아직도 스포츠팬들에게 회자된다.

국내 스포츠 스타 커플 1세대이자 국경을 초월한 ‘핑퐁 커플’ 안재형 전 국가대표 감독(57)과 자오즈민 씨(59)의 러브 스토리를 시작으로 수많은 체육인들이 백년가약을 맺어왔다. 이밖에도 종목을 초월한 커플들도 있어 눈길을 모은다.


●국경과 이념을 넘어선 안재형-자오즈민 커플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의 이야기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키스탄 아시아선수권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스웨덴 세계선수권과 중국 아시아선수권을 거치며 열애한 끝에 1989년 12월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이들이 사랑을 싹틔운 1980년대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 이데올로기 전쟁이 고조됐던 시절이었다. 한중수교가 이뤄진 건 1992년이라 자연스레 ‘금지된 사랑’으로 여겨지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국제 대회 기간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틔웠다.

1989년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의 결혼은 국내·외의 도움으로 중국 덩샤오핑 주석의 허가를 받았다. 그 해 10월 스웨덴 한국 대사관에서 혼인 신고를 했고, 12월 서울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다. 이들의 결혼은 이후 당예서를 비롯해 전지희, 김하영 등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의 유입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외동아들인 프로골퍼 안병훈(31·CJ대한통운)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복귀해 모범적인 스포츠 가정의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탁구 못지않은 이야기를 자아낸 ‘셔틀콕 커플’들

탁구에 이어 배드민턴에서도 수많은 커플들이 탄생했다. 2007년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역대 등록 선수 가운데 무려 36쌍의 부부가 집계될 정도였다.

국내 최고의 혼합 복식 조합이자 배드민턴 부부로 거듭난 김동문(47)-라경민(46) 커플이 그 예다. 이들 복식 조합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비롯해 국제대회 14개 대회 연속 우승과 70연승 등 수많은 업적을 일궈냈고 2005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재밌게도 김동문-라경민 커플을 지휘했던 김중수 전 국가대표 감독(62)도 정명희 전 국가대표 코치(58)와 함께 ‘셔틀콕 커플’이었다. 이 커플은 대표팀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10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는 각각 대표팀 감독과 코치로서 금메달1·은2·동1개를 수확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대를 이어 셔틀콕 커플이 된 사례도 있다.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스타였던 성한국 전 국가대표 감독과 김연자 전 한국체대 교수(이상 59)는 2020년 장녀 성지현 국가대표 코치(31)가 대표팀 동료 손완호(34¤인천국제공항)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셔틀콕 대가족’으로 거듭났다.



●종목은 달라도…스포츠로 백년가약 맺은 커플들

동갑내기 스타에서 졸지에 동서지간이 된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최원호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상 49)이 대표적인 ‘종목을 초월한 사랑’이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 모두 각각 골프선수 아내 한희원(44), 한희진(39)과 부부가 됐다.

이순철 야구해설위원과 이미경 전 승마 국가대표 선수(이상 59)도 종목을 초월한 순애보를 펼쳤다. 연세대 동문인 이 커플은 1989 시즌을 마친 뒤 1990년 1월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이 위원이 스위스 유학 중이던 이미경 씨를 찾아가 청혼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의 외동아들 이성곤(30·한화)도 연세대 졸업 후 두산~삼성을 거쳐 한화에서 1루수로 활약 중이다.

‘배농커플’의 역사도 의외로 깊다. 배구계의 레전드인 신치용 전 진천선수촌장(67)은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맹활약 하던 전미애 씨(62)와 1983년 결혼 도장을 찍었고, 이들의 무남독녀 신혜인 씨(37)도 신세계 쿨캣(현 부천 하나원큐)에서 은퇴한 뒤 2011년 배구스타 박철우(37¤한국전력)와 부부의 연을 맺어 2대째 ‘배농커플’이 됐다.

유튜브 채널 ‘배농부부’를 운영 중인 농구선수 박경상(32·KCC)과 배구선수 황연주(36·현대건설) 부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구독자 약 2만3000명을 보유 중인 이 채널에서 이들 부부는 일상과 배구, 농구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선수 간 장벽을 크게 허물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키 196㎝의 축구선수 양한빈(FC서울)과 180㎝의 전 농구선수 최원선(이상 31) 부부도 8년 간의 연애 끝에 202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해외라고 다를까…스포츠 스타들의 사랑은 국제적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0)의 사례는 ‘온달과 평강공주’에 가깝다. 1997년 스위스에서 아내 미르카 비브리넥(43)을 만난 그는 2000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연인 관계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스폰서와 국제대회 제패 이력도 없었던 페더러는 2002년 비브리넥이 은퇴 후 내조에 나서자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에 이르게 됐다.

실력과 별개로 페더러가 이렇다 할 스캔들과 논란이 없다는 점에서 아내의 내조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미식축구 NFL을 대표하는 타이트 엔드 잭 얼츠(32)도 미국여자축구 국가대표 줄리 존스턴(30)과 2017년 3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2012년 모교인 스탠포드대에서 열린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얼츠가 산타클라라대 선수였던 존스턴과 만남을 가진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얼츠는 2017시즌 소속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사상 첫 슈퍼볼 챔피언의 주역이 됐고, 존스턴도 2015캐나다월드컵에 이어 2019프랑스월드컵까지 제패하며 모국에 월드컵 2연패를 안겼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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