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열린 기념식에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기네스 공식 인증서를 받고 밝게 웃고 있는 송해. 사진제공|KBS

지난 달 23일 열린 기념식에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기네스 공식 인증서를 받고 밝게 웃고 있는 송해. 사진제공|KBS


방송인 이상벽 “진정한 프로였다”
전유성 “후배들 지켜보며 항상 독려”
“무대 마다 다른 색깔을 입혀야 한다.”

‘방송가의 큰 별’ 송해는 67년간 활동하는 동안 어떤 무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후배들도 자극시키는 특유의 성실함이 원동력이었다. 8일 오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KBS 1TV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하며 “죽기 전까지 마이크를 잡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등 한반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했다.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우고, 1951년 1·4후퇴 때 홀로 남한으로 내려왔다. 28세 무렵인 1955년 창공악극단에 들어가 연예계에 데뷔했다. 1960년대에는 구봉서, 배삼룡, 박시명 등과 함께 인기 코미디언으로 꼽히며 방송가를 누볐다. 박시명과 콤비로 활약한 동아방송 퀴즈프로그램 ‘스무고개’, 17년간 진행한 TBS 라디오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 등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1988년부터 최근까지 자리를 지킨 ‘전국 노래자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을 통해 “나의 삶의 터전이자 운명”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년 3월 현장 녹화가 중단되기 전에는 매주 전국 곳곳을 돌며 시민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고, 이후 스튜디오 촬영으로 스페셜 방송으로도 시청자들과 만나는 열정을 드러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방송 선후배들은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진정한 프로”라고 기억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송해와 함께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를 진행한 방송인 이상벽은 “공연 직전 무대에서 30분간 묵상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돌이켰다. 그는 송해가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하면서 모든 공연을 저마다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전국 노래자랑’도 34년간 그렇게 진행했다. 매일 ‘연습의 나날’이었던 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무대를 내려와서는 까마득한 후배에게도 먼저 손 내미는 ‘큰 형님’이었다. “후배들과 술 한 잔 기울일 때면 기어코 모든 술값을 내고야 마는 후한 선배”이기도 했다. 전유성은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잘하고 있다’고 독려해주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상벽은 “같은 황해도 출신인 저를 붙잡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곤 했다”고 추억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