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과 베레티니. 윔블던 인스타그램 캡처.

나달과 베레티니. 윔블던 인스타그램 캡처.


캘린더 그랜드 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 석권)에 도전하는 라파엘 나달(세계4위·스페인)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잔디코트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나달은 전날 영국 런던 헐링엄 클럽에서 열린 스탄 바브린카(265위·스위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0(6-2, 6-3)으로 이겼다. 나달은 “잔디에서 한 동안 경기를 못 했었다”고 말했다.

나달은 2019년 윔블던 준결승 이후 3년 만에 다시 윔블던 무대에 선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대회가 취소됐고, 작년에는 발 부상이 도져 출전을 포기했다.

나달은 바브린카와 경기 후 “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다. 너무 많은 경기를 뛸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윔블던에 앞서 열린 잔디코트 시즌 경기에 모두 불참했다.
“내겐 윔블던 개막 전에 이곳에서 몇 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장 낫다. 그게 윔블던 전에 어느 정도의 경쟁심을 갖게 도와준다”고 나달이 말했다.

나달은 2019년 윔블던 4강에서 로저 페더러에 1-3으로 진 후 3년 간 잔디코트에서 뛰지 않았다.

작년 프랑스 오픈 4강 탈락 이후 부상치료에 전념하며 사실상 시즌을 접었던 그는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서 극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21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차진한 데 이어 프랑스 오픈에서도 험난한 대진을 뚫고 14번째 왕좌에 올라,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22로 늘렸다. 왼발에 마취제 주사를 맞아가며 이룬 영광이었다.

윔블던 출전은 불투명 했다. 그는 마취제를 다시 투여하며 윔블던을 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한 고주파 치료가 유효했는지 통증이 사라졌다며 지난 20일 런던으로 날아왔다.

나달의 발 상태가 어떤지는 본인만 알 터. 적어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바브린카는 나달과 경기 후 “그의 느낌을 알 순 없지만 정상적인 라파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중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는 설명.

“나달은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뛴다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바브린카는 덧붙였다. 나달은 이날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지난 대회 준 우승자 마테오 베레티니(11위·이탈리아)와 연습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나달은 윔블던에서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세 번째 우승에 성공하면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이래 처음으로 한해 4대 그랜드 슬램을 모두 석권하는 위대한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선 4차례 우승 경력이 있다. 지난 해 조코비치가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US오픈 결승에서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나달은 2번 시드를 받았다. 세계랭킹 1·2위인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와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가 각각 주최 측 결정(러시아·베라루스 선수들 출전금지)과 부상으로 못 나온 덕이다.
조코비치. 윔블던 인스타그램 캡처.

조코비치. 윔블던 인스타그램 캡처.

최대 난관은 1번 시드로 4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 나달과 역대 최고선수 경쟁 중인 조코비치는 윔블던 통산 성적이 79승 10패에 달한다. 올해 7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대진표 상 두 선수의 맞대결은 결승에서나 가능하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탓에 US오픈 출전이 불발 될 위험이 크다. 윔블던 우승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상대전적은 30승29패로 조코비치가 근소하게 앞선다.
윔블던은 오는 27일 개막한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