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사진제공 | 넷플릭스
불륜·욕망·복수 등 자극적 설정
넷플릭스 TV프로그램 6위 올라
“케이(K) ‘막장’의 힘!”넷플릭스 TV프로그램 6위 올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가 세계무대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드라마는 21일 넷플릭스 세계 많이 본 TV프로그램 6위에 올랐다. 15일 공개 직후 23위였던 순위를 일주일 새 17계단 끌어올려 인기리에 방영 중인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9위), tvN ‘환혼’(10위) 등을 제쳤다.
복수와 배신, 불륜 등 한국에서는 익숙한 ‘막장’ 소재가 해외에서도 통한 셈이다. 드라마는 남편을 잃은 주부 김희선이 대형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해 벤처사업가 이현욱의 재혼 상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신분상승을 위해 이현욱과 결혼하려는 불륜녀 정유진의 끝없는 욕망, 남편을 빼앗은 정유진을 향한 김희선의 복수심, 사랑을 비즈니스로만 바라보는 이현욱 등이 얽히고설킨 과정을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자극적인 설정이 휘몰아치는 이야기가 세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리뷰사이트 IMDB에는 “중독적이다(Addictive)”, “최고의 복수극(Best Revenge Drama)”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결혼정보회사가 배경이 된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혔다. 덕분에 일본·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1위) 등 한국드라마 팬덤이 탄탄하게 구축된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프랑스(7위)·그리스(10위) 등 유럽 국가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부 시청자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위까지 올랐다. 맘카페 등에는 “기대 없이 틀었다가 홀린 듯이 봤다”는 시청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8부작으로 비교적 짧은 ‘미드 폼’ 형식이 시청하기 부담스럽지 않아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반응도 많다.
연출자 김정민 PD, 김희선 등 주연 배우들은 예상치 못한 국내외 성과에 깜짝 놀란 분위기다. 정유진은 21일 스포츠동아와 나눈 화상인터뷰를 통해 “여성 캐릭터간의 갈등과 복수, 욕망을 깊게 조명한 드라마가 흔하지 않다. (해외에서)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면서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신기하고 기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막장’ 소재로 특기를 발휘해온 김순옥 작가의 신작 SBS ‘7인의 탈출’, tvN ‘레이디’ 등도 방송과 함께 OTT로 세계 시청자에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