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투혼은 왜 이제야 나왔을까.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FC를 3-0으로 꺾은 수원 삼성 선수들의 몸짓에선 절박함이 느껴졌다.

불과 나흘 전인 12일 대구FC전에선 간절함이 보이지 않았다. K리그2(2부)로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도 피치 위에서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1-2로 패한 이날 왼쪽 측면에서 칼날 크로스를 날린 이기제, 만회골을 뽑은 안병준을 제외하면 칭찬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급기야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은 경기 후 “상대를 넘어서려는 정신력 등 모든 부분에서 떨어졌다”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 감독은 이날 빅버드 앞에 모인 성난 홈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생존을 위해 수원 삼성은 절치부심했다. 수원FC와 ‘더비’에서 열세를 극복해 자존심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원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수원FC를 상대로 4승1무6패에 뒤졌다. 수원FC가 다시 K리그1로 승격한 지난해를 기준으로는 7경기에서 1승1무5패였다. 이날 킥오프 전 이 감독은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다. 절대 질 수 없는 경기다. 선수들이 처절하게 싸워줬으면 한다”며 “몸을 날리는 헌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무장을 제대로 한 수원 삼성 선수들은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13분 오현규의 크로스를 헤더 슛으로 연결하기 위해 몸을 던진 명준재의 허슬 플레이에서 마음가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25분 이기제의 예리한 코너킥을 수원FC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자, 이종성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후반전에도 수원 삼성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후반 4분 역습에서 오현규가 추가골을 뽑았다. 명준재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슛을 때렸고, 상대 수비수 잭슨에게 맞고 흐른 공을 재차 밀어 넣어 2-0을 만들었다. 후반 35분 수원 삼성은 수원FC 김현에게 실점하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VAR)에서 패스를 건넨 라스의 파울이 확인돼 골이 취소됐다. 후반 추가시간 안병준의 쐐기골이 터지자 9000여명의 수원 삼성 홈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응답했다.

이날 승리에도 수원 삼성(10승11무16패·승점 41)은 여전히 강등 위기에 빠져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내가 팀을 만드는 데 있어 부족함이 있었다. 조금 늦었지만, 이겨서 싸우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됐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더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다. 남은 경기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