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이 끌어낸 월드컵 열기, 졸전으로 망친 카타르 [카타르 리포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전의 하계올림픽을 보는 듯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답게 2022카타르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려한 개회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상 최초의 중동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온전한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미리 정해놓았던 대회 개막일을 갑작스레 하루 앞당긴 20일(한국시간 21일),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개회식을 기획한 배경이다.

월드컵 진품 트로피가 등장하고 인기배우 모건 프리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화합’을 주제로 10여 개의 공연이 30분 가까이 이어졌는데, 하이라이트는 인기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공연이었다. 대회 마스코트 ‘라이브(La’eeb)’ 형상의 대형 풍선이 떠오른 무대에 선 정국은 대회 공식주제곡(OST) ‘드리머스’를 열창했다. 특히 현지 인기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가 정국과 합창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K-팝 솔로가수가 단독으로 월드컵 OST를 열창한 것인 처음이다.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도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UCL) 파이널에 BTS를 초청하려다 프랑스 파리 공연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포기한 적이 있다. 특히 정국은 19일 축구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태극전사들을 직접 만나 훈련 열기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카타르는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개회식에 이은 에콰도르와 개막전(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무기력하게 0-2로 패했다. 에네르 발렌시아(페네르바체)에게 전반 멀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 역사도 새로 쓰였다. 1930년 제1회 월드컵부터 개최국이 1차전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국은 이전까지 첫 경기에서 16승6무를 기록했는데, 카타르는 패배와 함께 1970년 대회 개최국 멕시코가 소련(현 러시아)과 대결에서 0-0으로 비긴 뒤 52년 만에 무득점으로 첫 경기를 마쳤다.

카타르는 열과 성을 다해 월드컵을 준비했다. 외국인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귀화시키고 최근에는 반년 가까이 합숙훈련을 진행하며 조직력을 다졌다. 그럼에도 A조에서 가장 ’해볼 만한‘ 상대에게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할 카타르는 세네갈, 네덜란드를 차례로 만난다.

반면 통산 4번째로 월드컵에 출전한 에콰도르는 전반 3분 발렌시아의 헤더 골이 FIFA가 야심 차게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에 의해 무효로 처리됐음에도 귀중한 승점 3을 획득해 2006년 독일대회 이후 16년만의 16강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카타르가 유효슛 0회를 기록하며 패색이 짙어지자, 6만7000여 홈 관중은 하프타임부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후반 막바지에는 절반 남짓 남았다.

알코르(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