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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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가 길었지만 세대교체의 결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다시 황금기를 열어젖힐 준비를 마쳤다.

스페인은 24일(한국시간)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상대에게 단 1번의 슈팅도 허락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모습이었다.

유로2008~2010남아공월드컵~유로2012 석권으로 메이저대회 3연패에 성공한 스페인이었지만, 이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맛봤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무기력하게 16강에서 탈락했다. ‘티키타카’로 상징되는 점유율 중시의 전술 고집과 전문 스트라이커 부재로 한계를 드러냈고, 차비와 이니에스타 등을 이을 후계자 발굴이 늦어진 탓이 컸다.

그러나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이상 FC바르셀로나),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 등 베테랑들에 가비, 페드리(이상 FC바르셀로나) 등 영건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 B조에서 6승1무1패, 승점 19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사이 유로2020 4강,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준우승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동행하며 팀의 방향성을 유지해온 점도 호재다. 엔리케 감독은 2019년 막내딸이 세상을 떠난 충격 때문에 4개월간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를 제외하면 4년간 자리를 지키며 팀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엔트리 26인 중 18명이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루이스 엔리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코스타리카를 상대로도 전문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를 시작했지만, 11분 만에 터진 다니 올모(라이프치히)의 선제골로 우려를 지웠다. 10분 뒤 마르코 아센시오(레알 마드리드)의 추가골이 터졌고, 전반 31분에는 알바가 얻어낸 페널티킥(PK)을 페란 토레스(FC바르셀로나)가 성공시키며 3-0으로 앞서나갔다.

후반에도 9분 토레스가 골문 앞 감각적 슈팅으로 골을 보탠 스페인은 후반 29분 가비의 추가골로 5골차까지 달아났다. 추가시간 카를로스 솔레르(파리 생제르맹)~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연속골로 대승을 완성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스페인은 4골을 넣고도 전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며 “가비와 페드리는 과거 차비와 이니에스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스페인은 28일 독일, 12월 2일 일본과 조별리그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죽음의 조’에서 기분 좋게 출발한 ‘무적함대’가 남은 항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