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멀티골’ 조규성…월드스타로 떠오른 ‘K-에이스’, 포르투갈 잡자! [남장현의 여기는 카타르]

입력 2022-11-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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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나와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전반전이 끝난 뒤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 전광판에는 0-2 스코어가 떠올랐다. 3차례 허용한 상대의 슛 가운데 2개가 우리 골문을 갈랐다. 아픔과 좌절이 많던 한국축구의 월드컵 역사를 돌이켜보면 따라잡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은 충분했다. 다시 깨어난 ‘벤투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추가 실점을 피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괜찮다. 기회는 충분하다”는 열정 가득한 하프타임 토크를 마치고 나선 후반전. 태극전사들의 놀라운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윙포워드 이강인(21·마요르카)이 1분 만에 왼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웠다. 껑충 뛰어오른 조규성(24·전북 현대)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이의 킥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볼 스피드도 빨라 잘 준비하겠다”던 조규성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다시 3분이 흘렀다. 이번에는 김진수(30·전북)가 역시 왼쪽에서 날카로운 궤적으로 볼을 띄웠다. 돌고래처럼 껑충 뛰어오른 조규성의 머리가 또 빛을 발했다. 2-2 동점.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가 멀티골을 뽑은 것은 처음이었다.

조규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과적으로는 패했다. 전·후반 합쳐 추가시간 15분이 더해져 29일(한국시간) 새벽에야 종료 휘슬이 울린 이 경기에서 한국은 2-3으로 져 1무1패(승점 1)가 됐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가 또 등장했지만, 12월 3일 0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기면 동시간대 진행될 우루과이-가나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후반 교체로 나선 우루과이와 1차전(24일·0-0 무)에서 잘생긴 외모로 유명세를 탔고, 18번째 A매치에서 5·6호 골을 연거푸 터트린 가나전을 통해 실력까지 갖춘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순식간에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200만 명을 바라보는 ‘월드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더 이상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의 백업이 아니다. 당당한 주전이다. 팀 훈련 도중 “스타팅 라인업에 변화가 조금 있을 수 있다”던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의 예고 아닌 예고를 접한 조규성은 그 대상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결전을 준비했고, 선발로 나서 큰일을 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마음까지 단단히 다잡은 프로 4년차의 K리그1(1부) 득점왕(17골)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가나전을 마친 뒤 “보잘 것 없는 선수”라고 자신을 낮췄던 조규성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그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며 “월드컵 2골보다는 이겨야 했다. 그 점(패배)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희망도 덧붙였다. 그는 “끝까지 믿고 응원해달라.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리겠다. 끝까지 가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규성(왼쪽), 나상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고, 기적도 모든 것을 쏟아야만 바랄 수 있다. 외신의 찬사가 이어진 가운데 유럽 빅리그, 빅 클럽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조규성이 포르투갈전에서도 전광석화처럼 솟구친다면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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