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대전’ 유태오 “컸던 공허함, 연기로 채웠죠” [인터뷰]

입력 2023-02-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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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의 주연한 유태오가 “아내인 사진작가 리키 리를 떠올리며 로맨스 연기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긴 무명생활 딛고 대세 배우로 뜬 유태오

14년전 ‘여배우들’로 스크린 데뷔
무명 함께 한 아내와 결혼 17년째
배우에게 꼭 필요한 ‘성장 파트너’
넷플 신작인 로코 ‘연애대전’ 주연
서툰 한국어 열공, 세계무대 욕심
배우 유태오(김치훈·42)는 긴 무명 생활을 보냈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2009년부터 10여 년간 미국, 태국, 베트남 등에서 다양한 영화를 찍었지만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2019년 주연한 러시아영화 ‘레토’가 그 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면서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줄곧 상승세다. 2019년부터 tvN ‘아스달 연대기’, ‘머니게임’ 등에 줄줄이 출연했고, 10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태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좋은 연기는 무엇인지, 세계 시장에 어떤 연기가 통할지 쉬지 않고 공부했다”면서 “모든 걸 쏟아 부으며 달려왔기에 후회 없다”고 돌이켰다.


●“아내는 최고의 파트너”

그는 ‘연애대전’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로 여성을 병적으로 믿지 못하는 멜로 전문 배우로 등장한다. 무술유단자인 변호사 김옥빈과 3개월의 계약연애를 하면서 점차 사랑을 배워간다. 그는 “실제와도 맞닿아 있어서 로맨스 연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며 웃었다. 2006년 사진작가 니키 리와 결혼해 17년째 알콩달콩 살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지 못한 한(恨)에서 비롯된 특유의 감수성이 멜로 장르에서 빛을 발한 것 같아요. 배우자와의 관계 때문에 로맨스가 ‘메소드’ 연기가 되기도 하죠. 아직도 아내가 그렇게나 좋으냐고요? 말해 뭐해요. 하하!”

아내는 그가 무명 생활을 견디게 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배우하려면 살부터 빼야 해”라는 니키 리의 조언에 한때 100kg까지 불어났던 몸을 70kg대의 근육질로 바꿨다. 유태오는 “배우에게 꼭 필요한 ‘성장을 위한 파트너’가 내게는 아내였다”고 말했다.

“배우자는 존경하는 아티스트예요. 다국적인 스펙트럼을 함께 넓혀갈 파트너이기도 하고요. 철학에 대해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고, 시원하게 싸우다가 즐겁게 화해할 수 있는 사이죠. 일상과 철학을 모두 공유할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공허함은 나만의 먹잇감”

독일과 미국, 영국 등에서 살아온 그는 “2009년 한국에 왔을 때도 평생 따라온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아 공허함이 컸다”며 “그 감정이 나를 발전시키는 좋은 먹잇감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채워지지 않는 결핍 때문에 더 인정받고 싶었고, 더 잘 되고 싶어서 달려온 끝에 이 자리까지 왔어요. 공허함이 나를 채찍질한 덕분에 20년간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력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시대적 흐름을 알기 위해 뉴스도 공부하며 치열하게 살 수 있었어요.”

한 단계씩 올라온 그는 이제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고백했다.

“주인공이라는 숙제를 무사히 끝마친 느낌이에요. 한국어로 연기하는 게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이 필요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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