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봄에 홍명보가 또 웃었다…울산에 ‘전북 트라우마’ 없다 [현장리포트]

입력 2023-02-26 12: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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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루빅손이 역전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울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5일 SRT 수서역은 이른 오전부터 많은 인파로 붐볐다. 반가운 차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두툼한 점퍼 안에 푸른색, 형광빛 유니폼을 걸친 이들이 열차를 기다렸다. 행선지는 같았다. K리그1(1부)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와 FA컵 우승팀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공식 개막전이 예정된 울산문수경기장이었다.

입장이 달라졌다. 홍명보 감독의 울산은 지켜야 했고, 김상식 감독의 전북은 도전자가 됐다. 지난해 홈팀은 통산 10번째 정상을 노린 전북을 제치고 2005년 이후 17년만의 3번째 대관식을 치렀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우승경쟁 덕분에 ‘가문의 라이벌전’은 소문난 잔칫상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속에서 두 팀은 연고지를 넘어 전국구 클럽이 됐다.

2만8000여 관중이 찾은 이날 경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전 시즌 우승자에게 상대가 도열해 박수를 쳐주는 ‘가드 오브 아너’ 행사다. 평소의 주차장 대신 경기장 게이트로 입장한 울산 선수들은 팬들의 환호를 만끽하며 라커룸으로 향한 뒤 피치로 나올 때는 앙숙의 축하까지 받았다.

‘자존심 회복’을 노래한 전북은 프리시즌 ‘폭풍보강’에 나섰다. 그 중심에 아마노 준(일본)이 있었다. 지난해 울산의 우승공신으로 활약한 그는 K리그 잔류를 결정하면서 전북 유니폼을 입었고, 이날 울산 원정에서도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 전 홍 감독은 “개인적 감정은 없다”면서도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울산은 아마노가 잔류를 약속해놓고 전북을 택했다고 비난해왔다.

전북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월드컵 스타’ 조규성을 원톱에 세우고, 아마노를 2선 중앙에 배치했다. “(아마노가) 담담했다. 실전에서 증명할 것”이라던 김 감독의 바람이 통했다. 전반 10분 아마노가 송민규의 시즌 첫 골을 어시스트하며 울산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수원FC와 개막전에 이어 송민규는 2년 연속 ‘개막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2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울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하지만 과거의 울산이 아니었다. 전반 내내 압도당했으나 찬스를 잘 살렸다. 전반 43분 엄원상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 후반 19분 교체카드와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후반 8분 투입된 울산의 스웨덴 공격수 루빅손이 전북의 실수를 틈타 역전 결승골을 뽑았다. 전북 주장 홍정호의 백패스를 받으려던 골키퍼 김정훈이 뒤로 빠트린 볼을 루빅손이 빈 골문으로 차 넣었다.

라이벌전에서 거두는 연승과 연패는 무게감이 다르다. 지난해 10월 8일 전북을 2-1로 격파하고 우승을 확정한 울산은 새 시즌 개막전에서도 승점 3을 얻었다. 아울러 ‘울산 홍명보호’는 4승3무2패(리그 기준)로 ‘전북 김상식호’에 앞서게 됐다.

좋은 내용과 경기력에도 결과를 얻지 못하면 쫓기고 위축돼 시즌 레이스에 악영향을 받는다. 질 경기를 어떻게든 따라잡아 승점을 쌓는 팀이 강호다. 홍 감독은 “울산의 힘을 입증했다”고 만족해했다. 2021시즌까지 전북이 그랬지만 울산은 2년 새 ‘전북 트라우마’를 흔적도 없이 지우며 ‘첫 리그 2연패’를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디뎠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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