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품은 챔피언 트로피. 그동안의 마음고생 탓인지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었다. 고진영이 5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LPGA 투어 통산 14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23억4000만 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나흘간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해 넬리 코다(미국·15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7만 달러(3억5000만 원)를 품에 안았다. LPGA 투어 통산 14승(메이저 2승 포함)째.
돌이켜보면 힘겨운 시간이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투어 통산 13승을 수확했던 고진영은 손목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시즌 중반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세계랭킹은 5위까지 추락했다.
겨우내 재활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며 스윙 회복에 공을 들인 고진영은 시즌 첫 출격이었던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에 올라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부활’을 입증했다. 고진영의 대회 2연패는 2020년~2021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투어 데뷔 후 두 번째. 지난해 6월 전인지(29)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오랜 시간 우승 갈증에 시달렸던 한국여자골프는 19개 대회 만에 우승자를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위 코다에 2타 앞선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1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전반에만 3타를 줄인 뒤 11번(파4) 홀에서 유일한 보기를 범해 앞 조 대니엘 강(미국)에게 한때 1타 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13번(파5) 홀에서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16번(파5) 홀 플레이 도중 우천 탓에 1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지만 흔들림 없이 마무리하며 2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탓인지 우승 후 진한 눈물을 흘린 고진영은 “내가 LPGA 와서 우승을 14번 했는데, 그 우승들 중 내가 느꼈을 때 가장 중요한 우승인 것 같다”며 “작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또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자만심보다 ‘정말 열심해 해야 우승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작년에 (부상과 부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있어 이번 우승이 있고, 이 우승 덕분에 남은 시즌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니엘 강은 후루에 아야카(일본), 앨리슨 코퍼즈(미국)와 함께 14언더파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고, 2021년 이 대회 챔피언인 김효주(28)는 11언더파 공동 8위에 자리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