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정하지 않고 걸은 최초의 길…현대건설 양효진에게 7000만큼 큰 숫자 ‘1’

입력 2023-03-07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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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양효진. 스포츠동아DB

“그 어느 때보다 수치적 목표가 없는 시즌입니다.”

한국배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거창한 목표를 세운 적은 없었다. 양효진(34·현대건설)은 연차가 쌓이면서 매번 깨닫는다.

부산여중~남성여고를 졸업한 그는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어느덧 16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제는 기록이나 목표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목표를 두지 않고, 매 경기, 매 순간을 생각한다. 그렇게 1개씩만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끝났을 시점에는 무언가 따라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린 득점은 어느덧 7000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양효진은 5일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서 21점을 뽑아 개인통산 7006득점을 기록했다. V리그에서 개인통산 7000점 이상을 뽑은 선수는 양효진밖에 없다. 2020~2021시즌 여자부 최초로 6000득점 대기록을 쓴 그는 불과 2년 만에 자신이 세운 역사를 다시 썼다. 이제는 역대 2, 3위인 황연주(현대건설·5764득점), 정대영(한국도로공사·5564득점)과 차이도 적잖이 벌어졌다. 남자부에선 박철우(한국전력)의 6573득점이 최고 기록이다.

사진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SNS


이날 쓴 대기록은 득점뿐만이 아니었다. 상대 공격을 4차례 가로막아 남녀부 통틀어 최초의 블로킹 1450개를 달성했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의 프로 기록으로만 한정한다면, 한국배구의 또 다른 전설적 미들블로커(센터)로 꼽히는 정대영(1193개·2위)을 웃도는 기록이다. 남자부 1, 2위인 신영석(한국전력·1139개), 이선규(은퇴·1056개)와도 차이가 크다. 양효진은 2019~2020시즌 블로킹 1200개를 처음 달성한 뒤 줄곧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현대건설 팬들도 수원체육관 관중석에서 양효진의 최초 기록들을 축하하기 바쁘다. 팬들은 ‘새로운 역사에는 언제나 양효진이 있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그를 응원했다. 양효진은 “아직 선수생활 중이라서 (기록 달성에 대해선)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그래도 은퇴한 뒤에는 돌아보면 뿌듯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배구가 잘 된 날에는 ‘왜 잘 됐을까’라며 그 느낌을 기억하고, 또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점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게 (기록 달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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