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승리하며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받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36)과 주장 한선수(38)는 올 시즌 구단 최초의 ‘트레블(3관왕·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대캐피탈과 챔프 1~3차전에서 세트당 세트 성공 11.593개로 펄펄 난 한선수는 2017~2018시즌 이후 개인통산 2번째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고생했어, 친구”라며 축하를 건넸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3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V리그 남자부에서 3연속 통합우승은 삼성화재(2011~2012·2012~2013·2013~2014시즌)가 유일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그늘에 가려 2인자(준우승 5회)의 이미지가 강했던 대한항공은 이제 한국배구의 역사를 새로 쓰려는 의지로 충만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승 순간은 늘 좋지만, 동시에 미래를 생각해야만 한다. ‘배구는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선수도 “우리의 새로운 목표는 4연속 통합우승”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을 코트 안팎에서 이끄는 세터이자 주장인 한선수는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한선수가 아니면 바꿀 만한 주장이 있느냐”는 말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지석은 “(한)선수 형이 제일 고생했다”며 “힘들 때마다 형이 한마디씩 해주곤 하는데, 형말곤 주장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당장은 없다”고 말했다.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대한항공 한선수가 블로킹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07년 입단해 대한항공 유니폼만 입어온 한선수는 정지석을 비롯해 임동혁, 정한용, 김민재 등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우승 멤버가 되기까지 경기력 향상을 적극 도왔다. 어떤 리시브에도 상대 블로커가 적게 서 있는 곳으로 빠르게 토스해 공격 성공을 돕고, 젊은 공격수들에게 성공 경험만큼이나 절실한 노하우를 심어줬다. 정지석은 “이번에는 현대캐피탈이 서브로 우리를 흔들려 했는데, 선수 형은 리시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러닝세트를 올려준다”고 치켜세웠다.
두 살 차이인 틸리카이넨 감독과 한선수는 지도자와 선수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윤봉우 해설위원과 함께한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 사령탑 시절에도 친구 같은 리더십을 보여줬는데, 남자부 최초의 4연속 통합우승 도전에도 한선수는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가 될 듯하다. 한선수는 “이제는 1년, 1년이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 있다. 매년 ‘난 전성기’라는 생각으로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