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듣도 보도 못한 저 세상 유머의 총집합 [리뷰]

입력 2023-04-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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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예상하지 마라. 당신이 상상한 그 모든 상상을 모두 벗어난, ‘저 세상 유머 감각’으로 중무장한 기상천외한 코미디 영화가 온다. A급 배우들로 완성한 B급 컬트 코미디 ‘킬링 로맨스’가 마니아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전망이다.

4일 개봉하는 영화는 발연기로 유명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복귀하기까지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결혼과 동시에 은퇴한 여래는 점점 조나단의 아내로 인형처럼만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조나단에 염증을 느끼고, 우연히 만나게 된 자신의 오랜 팬인 사수생 범우와 함께 조나단을 제거하고 7년 만에 연예계에 복귀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코미디와 뮤지컬, 심지어 스릴러까지 오가며 온갖 장르 속에 기가 막히게 버무렸다.



●‘남자사용설명서’의 업그레이드 판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평과 함께 마니아층을 양산한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를 만든 이원석 감독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코미디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제3의 인물이 동화책을 읽어주 듯 영화의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남자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비디오테이프 속 남자(박영규)의 설명이 현실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남자사용설명서’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특히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남자사용설명서’와 2부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감독의 특유의 독보적인 B급 유머 감각은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종이비행기로 이마 가격하기, 불가마에 넣어 찜 찌기 등 조나단을 제거하기 위해 여래와 범우가 생각해 내는 기상천외한 장면들 신선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조나단과 여래가 각각 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즘’을 부르며 ‘배틀’하는 장면은 영화의 최고 백미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며 비웃을 수 있지만 영화 속 유머를 유머 그대로 받아드린다면 B급 컬트영화의 재미를 100% 느낄 수 있다.



●이하늬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의 모든 것

극중 여래 역을 맡은 이하늬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이 영화에 전부 쏟아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아름다운 공주님 같은 비주얼로 능청스럽게 코미디 연기를 해내는 그의 모습은 1600만 관객을 모은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속 현실감 넘치던 코미디 연기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 영화의 B급 매력을 제대로 살려주는 코믹한 뮤지컬 시퀀스에서는 뛰어난 노래 실력과 춤까지 선보이며 남편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아내의 비참함과 자유에 대한 욕구와 갈망 등 감정 연기까지 튀지 않게 적재적소에 녹여냈다.

‘콸라섬’이라는 듣도 보지 못한 섬나라의 재벌 조나단 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한 이선균도 눈에 띈다. 뒷머리를 기른 5대5 가르마에 콧수염, 아이라인까지 비주얼적 변신은 물론 과시적인 몸짓과 허세에 가득 찬 말투까지 이전 작품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남자배우는 5분도 안 되는 짧은 분량으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오정세다. 오정세는 불가마 찜질방 CF 장면에서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본인이 연기했던 오만한 톱스타 이승재 역으로 그대로 등장해 신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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