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피해자 둔갑→적반하장 소송·국민 청원까지?

입력 2023-04-16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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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영혼파괴자들’이 피해자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마저 파괴한 두 건의 학교폭력 사건을 조명했다.

15일 방송된 ‘블랙2’는 거제의 한 분식집에서 벌어진 분식집 사장의 폭행사건에서 시작됐다. 학교폭력 피해자 이용환(가명)의 어머니인 송선주(가명) 씨는 아들을 괴롭힌 5명의 가해 학생의 사과문을 읽다 결국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가해 학생 부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해 학생들을 때렸다. 가해 학생들의 장난스러운 사과문은 그들의 부모조차 놀랐을 정도로 엉망이었고, 부모들까지 자필 사과문을 작성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송선주 씨가 이들 대상으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소송을 진행하자, 가해 학생 부모들은 ‘피해 학생의 부모’로 탈바꿈해 송선주 씨에게 감금 폭행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송선주 씨는 이혼 후 연고 없는 거제에 정착하며 한 교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용환도 가해자와 교회를 계기로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용환에게 유명 아동 소설의 개 이름인 ‘파트라슈’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놀이’라는 명목의 괴롭힘을 시작했다. 가해자 집단 우두머리 격인 박기태(가명)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장난’이라고 주장하는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당시 목격자들도 “너무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증언하는 기태 무리의 ‘보여주기식 폭행’은 교실을 공포로 물들이며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갔다.

추운 겨울날 기태의 지시에 용환은 5시간 동안 길거리를 헤매기도 했고, 돌을 넣어 뭉친 눈덩이를 맞기도 했다. 그 해 여름에는 ‘기절 놀이’를 하다가 기절한 용환이 앞으로 고꾸라져 안면에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가해자 무리는 뻔뻔하게 송선주 씨가 운영하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송선주 씨는 아들의 친구라고 생각해 매번 무료로 그들에게 음식을 내어주었지만, 기태는 용환에게 “아빠 없는 거지새끼”, “더럽게 맛없네, 떡볶이에 설사약 탔나?”라는 등의 폭언을 내뱉었다. 심지어 송선주 씨까지 폭행하려는 듯한 위협과 폭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 교회 수련회에서는 기태 무리가 샤워실에서 용환에게 가래침을 뱉으며 폭행한 것은 물론, 수영장에서 목을 짓누르며 물속으로 수 차례 집어넣었다. 용환이 남긴 녹취 속에서 그는 엄마에게 “말은 못 하겠어. 왠지 모르게 그냥 떨렸어. 그때는 아마 죽었을걸? 나?”라며 안타까운 증언을 남겼다.

어느 날, 5번의 ‘기절 놀이’에 두 번이나 기절한 용환은 마침내 어머니에게 피해를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아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 송선주 씨는 곧바로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교회의 중진이었던 가해자들의 부모들 탓에 교회의 목사마저 “아이들의 장난이다. 용환이가 거짓말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학교폭력 위원회’를 열자 기태와 그 무리들은 각각 봉사와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퇴학이 아닌 이상, 학폭 관련 내용은 졸업일로부터 2년 후 ‘생활기록부’에서 삭제가 된다. 또 불복절차를 밟으며 소송 등으로 다투는 동안에는 기재할 수 없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용환의 어머니는 ‘국민청원’을 통해 이 사건을 널리 알렸고, 2년여의 싸움 끝에 가해 학생들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2012년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인 승재(가명)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중학 시절부터 괴롭힘을 받은 승재는 고등학교에서도 ‘당해도 되는’ 장난감처럼 취급받았다. 무려 10명이 넘는 가해자들은 교실에서 승재에게 공을 던지는 ‘공놀이’ 등, 놀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폭력을 지속했다. 이에 승재는 학교에서 시행한 심리검사에서 ‘우울증’이 심한 것으로 나왔지만, 상담 선생님에게 “너 같은 애들이 꼭 자살하더라”라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승재의 선택 이후, 가해 학생들과 부모들의 뻔뻔한 대답과 학교의 ‘학교폭력과 무관한 선택이었다’는 기만적인 태도는 유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거기다 재판 당시 ‘소년사건’으로 송치되었기에, 한 아이의 장래를 짓밟아 버린 그들에게 아무런 흔적조차도 남길 수 없었다. 승재의 어머니는 아들이 그들을 용서하라고 써놨을까 봐 스스로 차마 읽을 수 없었던, 11년간 간직해온 그의 마지막 글을 공개했다. 그의 글은 어머니의 예상처럼 자신을 ‘이기적인 놈’이라고 칭하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향한 배려가 가득했다. 또 가해자들을 용서하고 어머니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 같은 이들을 보듬어 달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장유정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글을 읽어 내렸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깊이 공감하다 결국 오열을 금치 못했다.

한편, 피해자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랄한 범죄들을 소개하는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영혼파괴자들’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채널 A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채널A ‘블랙2: 영혼파괴자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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