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펼쳐진 ‘맘들의 전성시대’

입력 2023-04-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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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닥터 차정숙’. 사진제공| JTBC

JTBC ‘닥터 차정숙’. 사진제공| JTBC

방송가에서 ‘맘’들의 활약이 펼쳐지고 있다. 경력단절, 육아와 업무 병행 등 요즘 엄마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일상을 다룬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가 방송가 안팎에서 화제다. 과거에는 엄마 캐릭터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이미지로 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자신의 행복과 커리어에 집중하는 엄마들의 고군분투가 주를 이루는 등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 반영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루어져 눈길을 끈다.

●차정숙부터 서준맘까지

JTBC 새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20년 넘게 두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온 차정숙(엄정화)이 뒤늦게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생활에 뛰어드는 내용이다. 차정숙은 급성 간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내 행복을 찾겠다”면서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포기했던 의사의 꿈에 다시 도전한다. 간만의 병원 생활에 실수연발이지만, 투정하는 고3 딸에게 “엄마의 희생은 당연한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등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주부의 경력단절 고민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률은 2회 만인 16일 일찌감치 7%대(닐슨코리아)를 넘겼고, 화제성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화제성 톱10’ 비드라마 2위에 안착하면서 폭넓은 세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 무대에서는 ‘서준맘’ 캐릭터로 활약하는 박세미가 인기다. 그는 실제로는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유치원생 서준이를 키우는 신도시 여성을 실감나게 연기해 화제 반열에 올랐다. 어디에서나 발랄하고 유쾌한 매력을 잃지 않는 서준맘 캐릭터에 팬덤까지 형성되면서 각종 영상들은 최고 200만 조회수를 넘길 만큼 인기다. 특히 감기로 아픈 아이 뒤에서 마음을 졸이고, 친정엄마 앞에서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모습들은 다양한 맘카페에서 “내 모습과 똑같다”면서 짙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개그우먼 홍현희도 ‘워킹맘’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MZ세대 시청자의 호응까지 얻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출산한지 50여일 만에 방송에 복귀해 KBS 2TV ‘슈돌’,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 채널S ‘오피스 빌런’ 등에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홍현희 제이쓴의 홍쓴TV’를 통해서는 남편 제이쓴과 번갈아가며 육아하는 과정도 공개해 60만 구독자를 모았다.


●“엄마들의 고충, 무겁지 않게 다뤄”

관련 콘텐츠의 인기 배경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23일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표현한 점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또 “얌전하고 헌신적인 기존의 어머니상을 벗어나 ‘나’에 포커스를 맞추고, 도전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엄마들의 새로운 모습이 다양한 시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혼 여성에게 아직 어려움이 존재하는 일터의 현실과 잘 맞닿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최근 공개한 ‘2023 성평등 관련인식 다국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1549명 중 40%가 일자리·경력 기회 측면에서 여성의 기회가 더 적다고 대답했다. 임금 수준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낮다고 대답한 사람도 38%에 달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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